[한덕수 첫 재판] 판사가 "계엄이 위헌인가 합헌인가" 묻자 한덕수가 한 말
2025-09-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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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국가발전 차원선 받아들이기 어려워"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데 대해 국가발전 차원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재판부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과 관련해 계엄 행위를 위헌으로 보는지 합헌으로 보는지 묻자 한 전 총리는 자신의 "40년 가까운 공직 생활을 해오면서 시장경제와 국제적 신용을 통해 국가가 발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해왔다"며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계엄은 국가를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이날 첫 공판은 법원이 법정 촬영과 재판 중계를 허가하면서 주목받았다. 본격적인 재판 시작 전 약 1분간 법정 촬영이 이뤄졌으며, 재판 진행 과정 전체가 녹화돼 개인정보 비식별화 작업을 거친 뒤 인터넷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사건의 사회적·국가적 중대성을 고려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되, 피고인의 사생활 보호와 생명·신체 안전이 침해받지 않도록 공판 개시 전에 한정해 녹화 및 촬영을 허용했다"며 "재판 중계는 오늘 공판에 한해 방송사가 아닌 법원과 법원 위탁을 받은 제3자가 촬영 및 중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피고인 신원 확인을 위한 인정신문에서 생년월일과 직업을 묻는 질문에 "1949년 6월 18일, 무직"이라고 답했다. 또 국민참여재판은 희망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특검팀은 공소사실 요지를 낭독하며 한 전 총리의 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검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 40분쯤 윤 전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간 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자리하면서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인지했다.
특검은 "피고인은 심의 없이 비상계엄이 선포될 경우 절차상 문제로 장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하려면 국무회의를 열어 정족수를 맞춰야 한다며 심의의 절차적 외관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총리는 김 전 장관과 함께 국무위원 소집 상황을 확인하며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채우려 했고, 윤 전 대통령은 오후 10시 16분쯤 국무회의를 소집해 계엄 선포를 통보한 뒤 약 11분 뒤인 오후 10시 27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대통령의 독단적·자의적 권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국무총리에게 부여된 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또 "피고인은 16분간 단전·단수 이행 방안 등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지시 상황을 논의했고, 피고인과 이런 논의를 거친 이상민 전 장관은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청 요청이 오면 언론사 단전·단수를 하라고 말하는 등 관련 조치를 지시하고 점검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시쯤 국회에서 계엄해제 결의안이 가결된 뒤 즉시 계엄해제 국무회의를 열어야 했으나 이를 지연시켰다는 혐의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82조에 따라 국무위원 부서 문서에 의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사전 부서하고 대통령 서명 문건에 따라 선포된 것처럼 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뒤 이를 부속실에 보관해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이후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자 한 전 총리가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이 문제될 것을 우려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연락해 파쇄를 제안했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특검은 "피고인은 지난 2월 20일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실체를 밝히는 데 중요한 사실관계인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문건을 받았는지 여부와 이상민 전 장관이 비상계엄 문건을 받았는지에 관해 허위 증언해 위증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에 대해 위증 혐의 일부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전면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한 부분을 위증했다는 것만 인정한다"며 "나머지 모든 공소사실은 부인한다"고 했다.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에게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문건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이어서 위증의 고의가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공소사실과 관련해서도 변호인은 "특검이 주장한 구체적 사정이 없거나 피고인이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대통령 기록물인 비상계엄 선포문 폐기에 따른 공용서류 손상 등 모든 것에 대해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양측 진술이 모두 끝난 뒤 재판부가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질문했고, 한 전 총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계엄이 국가 발전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 대한 증거조사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특검팀은 "CCTV 촬영 장소가 군사상 3급 기밀로 분류돼 있는데, 국민적 관심이 높은 재판에서 조사하면 재판 비공개 문제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고 절차를 진행 중이고, 향후 진행될 증인신문에서도 CCTV 영상을 기억 환기용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3급 군사비밀로 지정된 CCTV 영상에 대해 해제 절차를 밟은 뒤 다음 기일부터 공개 절차로 진행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피고인 본인과 변호인조차 해당 CCTV를 제대로 보지 못한 상황에서 3급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조사받았는데, 이제는 국민적 관심이 있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공개한다고 말한다"며 "재판은 어디까지나 공개 재판이 원칙이지만, 국민적 관심이라는 이유로 여론재판화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날 증인으로 소환한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한 신문은 불발됐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가족이 중대한 질병으로 진료와 검사를 받는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히며 "다음달 20일 이후로 소환하겠다"고 했다.
다음 재판 기일은 10월 13일 오전 10시로 정해졌다.
2차 공판에서는 오전에 CCTV 서면증거 조사가 이뤄진 뒤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특검과 변호인 측은 두 사람에게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렸던 국무회의 내용과 경위에 대해 질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35분쯤 법원에 도착해 피고인석에 앉았다. 법정 촬영이 시작되자 한 전 총리는 정면을 응시하며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