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절반의 학교가 성범죄자 주거지와 맞닿아…현실 외면한 제도, 개선 시급
2025-10-01 11:44
add remove print link
어린이집·유치원 인근 성범죄자 거주율 서울 80% 육박
美·英, 학교 반경 내 거주 제한 법제화…국내는 실효성 논란 지속
등굣길 아동 성범죄 피해에도 반복되는 관리 사각지대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 인근에 거주하며 아동·청소년의 일상적 공간이 범죄 노출지로 방치되고 있다. 최근 서울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등교 중이던 여학생이 성추행을 당한 사건은 학교 근처 성범죄자 거주 현황이 단순한 통계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여전히 제도적 대응에 소극적이다.
1일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만 5839개 교육시설 중 절반이 넘는 2만 4829곳(54.1%)이 반경 1km 이내에 성범죄자와 인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집의 경우 2만 6153곳 중 1만 5380곳(58.8%)이 성범죄자 거주지와 겹쳤고, 서울은 80%를 웃돌았다.
실제 올해 9월 기준, 일부 어린이집 인근에는 성범죄자가 20명 이상 거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고위험 인물이 아동 보육시설과 초등학교 주변에 몰려 사는 상황은 안전 사각지대를 구조화하고 있다.
해외는 이미 학교 주변 성범죄자 거주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제시카법’(Jessica's Law)을 통해 성범죄자의 학교, 공원 반경 600m~2,000m 이내 거주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도 고위험 성범죄자의 경우 법원이 ‘성범죄 예방 명령’(Sexual Harm Prevention Order)을 통해 거주지·접근 가능 구역을 제한한다.
반면 한국은 2008년부터 '성범죄자 알림e' 시스템으로 신상공개는 이루어지고 있으나, 실제 거주지 제한이나 접근 금지 구역은 아동시설 내부로만 국한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백승아 의원은 “학생과 교직원이 불안 속에서 생활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숫자 감소만 언급하는 건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학교 반경 내 성범죄자 거주 자체를 제한하는 법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인근 거주 제한, 위치추적 전자발찌 강화 외에도 지역사회와 연계한 성범죄자 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거주지 인근 학교에 사전 통보하고, 경찰과 교육기관의 실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