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에게 물었더니...

2025-10-0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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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종교학 대가인 성혜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 '정형돈의 제목없음TV' 유튜브 채널
종교학 대가인 성혜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 '정형돈의 제목없음TV' 유튜브 채널

"신이 인간을 만들었나, 인간이 신을 만들었나." 무신론자 정형돈이 종교학의 본질을 묻는 대담한 질문을 던졌다. 정형돈은 최근 '정형돈의 제목없음TV'에 종교학 대가인 성혜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를 초대해 종교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성 교수는 자신을 유신론자라고 밝혔다. "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신에게서 구원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개신교에 가까운 건 아니고 심정적으로 천주교를 좋아한다"고 했다. 다만 성당을 열심히 다니거나 세례를 받은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신이 사람을 만들었는지, 사람이 신을 만들었는지 묻는 정형돈의 물음엔 "당연히 종교학자 입장에서는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만들었다는 것도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신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종교별로도 다르고 한 종교 안에서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종교의 정의에 대해 성 교수는 "물질적인 세계가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혼, 천국, 지옥, 윤회 같은 개념은 인간이 육체적 죽음 이후에도 존재하는 실체가 있다는 것"이라며 "종교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주장하고 인간이 살아가며 물을 수밖에 없는 궁극적 질문에 대한 해답 체계"라고 정의했다.

정형돈이 "종교는 지구상 최대 가스라이팅을 이용한 비즈니스"라는 댓글 내용을 소개하자 성 교수는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성 교수는 "종교는 보이지 않는 차원에 대한 얘기라 입증이 불가능하다"며 "믿음이 자기 내부적으로 체계를 갖추면서 강력하게 받아들이면 죽음도 불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쁜 의미에서 보면 가스라이팅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의미에서 보면 궁극적 의미를 부여받았다고 굳건하게 믿기 때문"이라며 "수녀들이 종교적 믿음으로 평생 환자를 보살피는 행동도 예수의 사랑을 실천한다는 믿음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초의 종교에 대해선 샤머니즘을 꼽았다. 성 교수는 "샤먼, 즉 무당은 죽은 사람의 혼백을 보고 소통한다고 얘기되는 사람"이라며 "신내림을 받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차원에 대한 인식 능력이 이미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헌으로 기록된 종교 중에는 힌두교가 가장 오래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베다라는 경전이 기원전 3000~4000년 전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본다.

방언과 자동기술 같은 종교 체험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성 교수는 "오토마티즘, 즉 자동기술법은 자기가 의식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행동이나 말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분신사바(일본에서 유래한 귀신을 부르는 주술)나 위저보드(강령술 도구인 위조보드를 이용해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내 대화하는 심령 게임) 같은 것도 실제로 있는 현상"이라며 "무의식 층위가 이런 방식으로 드러나는 계기들"이라고 설명했다.

신비주의 연구자인 성 교수는 "명상 같은 테크닉으로 일상적 의식 상태를 신비적 의식 상태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무용을 극단적으로 하다 자기도 우주도 사라지는 의식 체험을 하기도 한다"며 "70~80년대 미국에선 LSD 같은 향정신성 약물로 다른 의식 차원을 실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빙의 현상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빙의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정신 질환과 종교 체험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다"고 했다.

정형돈이 "예수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람어(고대 중동 세계의 공용)를 들었겠나"라고 묻자 성 교수는 "자기가 알아먹을 수 있는 한국어로 들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언어가 아닌 앎의 형태로 주어졌다고도 얘기한다"며 "소리가 아니라 직관적으로 앎이 떠오르거나 비전의 형태로 메시지가 전달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조심해야 할 종교의 특징도 짚었다. 성 교수는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준다고 하는 종교가 위험하다"고 했다. "내 말만 들으면 삶이 구원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종교 체험도 중요하지만 지적으로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가지고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교는 양날의 칼"이라며 "잘 쓰면 큰 편익을 주지만 잘못 사용하면 나와 남을 다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마지막으로 "초자연적 체험을 전부 부정할 필요도, 전부라고 할 필요도 없다"며 "적절하게 균형 잡히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형돈의 제목없음TV' 유튜브 채널에 '진심 정말 신이 있다고 생각하세요?'란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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