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체, 트럼프 공격에 버티는 한국의 맷집 인정
2025-10-0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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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만 잘하는 게 아니라 가끔 펀치도 날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줘”

미국 매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공격에 버티고 있는 한국의 맷집을 인정하고 나섰다.
포브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윌리엄 페섹 아시아 담당 선임 기고가의 기사를 통해 "한국은 심각한 펀치를 견딜 수 있는 경제"라며 "이번 주 한국은 방어만 잘하는 게 아니라 가끔 펀치도 날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포브스는 한국이 각종 경제 위기를 극복해온 역사를 소개하며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경제가 무너진 나라들 중 가장 먼저 회복한 곳이 한국이었다. 2008년과 2009년 한국은 헤지펀드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리먼 쇼크'를 헤쳐나갔다. 아시아 4위 경제 대국이 '다음 아이슬란드'가 될 거라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이어 "2013년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 탠트럼'이 개발도상국들을 뒤흔들었을 때도 한국은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무역 전쟁(2017~2021년)이 닥쳤을 때도 한국은 자리를 지켰고,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한국은 낮은 감염률의 모범 사례였다"고 했다. 또 "2021년 8월 한국은행은 주요 12개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긴축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포브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알리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 이재명 대통령 팀은 지난 7월 말 워싱턴과 서울이 합의한 관세 협상의 세부 사항에 대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말 미국과 한국은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지불하면 미국이 15% 수입세를 면제해주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5500억 달러를 내기로 했다.
포브스는 "제대로 된 마피아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걸 '무역 협상'이라고 부르기 망설여질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미국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제는 협상 이후 트럼프 대통령 진영의 언어 사용이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돈을 "서명 보너스"라고 불렀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 고문은 "백지수표",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국가안보 주권 기금"이라고 표현했다.
포브스는 "이런 표현들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5100만 한국 국민에게 관세 합의를 설득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들이 조지아주 현대즈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수백 명의 한국인을 구금한 사건은 트럼프 백악관에 대한 한국 대중의 호감을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서울에서는 더 큰 일이 벌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막대한 돈을 현금으로 넘기면 경제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한국에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로이터 통신에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 달러를 인출해 이 모든 돈을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 위기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브스는 "그건 예고였다"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채널A 뉴스와의 인텁에서 한 발언을 전했다. 위 실장은 "우리 입장은 협상 전술이 아니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우리는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서울이 국가 GDP의 18%, 올해 국가 예산의 70%를 내는 건 한마디로 불가능하다고 결정했음을 분명히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돈은 한국 외환보유액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액을 '선불로'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 자민당 차기 총재 유력 후보의 하나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은 현지 TV에 "협상 이행 과정에서 일본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불공정한 일이 드러나면 우리는 입장을 지켜야 한다. 여기엔 재협상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포브스는 "한국 전략의 일부는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그에 따른 서명 보너스를 무효로 판결할지 보기 위해 시간을 버는 것일 수 있다"며 "도쿄의 계획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모두 수천억 달러를 트럼프 대통령 팀에 보내고 나면 대법원이 뭐라고 하든 돌려받을 방법이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이제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안 된다'는 말을 듣는 데 익숙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무엇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관세율을 높이려 할까?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공격할까? K-팝 공연에 큰 세금을 매길까?"라는 물음도 던졌다.
포브스는 마지막으로 "좋은 소식은 한국이 정말로 펀치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 진영으로부터 몇 번의 큰 펀치를 맞게 될 수도 있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