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3편 제작비가 '19만 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드라마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배우도, 촬영장도, 대규모 제작진도 없이 AI만으로 만든 단편 드라마가 수억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제작비는 기존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중국에서 올해 초 첫 AI 유료 쇼트드라마 '싱안링 괴사건(兴安岭诡事)'이 여러 플랫폼에 동시 공개된 이후 AI 쇼트드라마 열풍이 본격화됐다. 이 작품은 공개 일주일 만에 전체 플랫폼에서 수천만 건의 조회수를 돌파했다. 쇼트폼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에서만 수천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작품은 동북 지역 민속 전설을 배경으로 관동군의 비밀과 판타지 모험 요소를 결합해 사냥꾼 표자(彪子)가 아들과 함께 싱안링 깊은 곳으로 희귀 자원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의 성공 비결은 기술적 진보에 있다. 특히 빛 처리, 입 모양 동기화, 물리적 움직임 표현에서 이전 AI 드라마보다 현저히 개선돼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 효과를 효과적으로 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더욱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싱안링 괴사건'은 항저우에 본사를 둔 AI 기술 기업 쥐허(炬核) 지능과기유한공사가 제작했으며, 업계 최초로 유료 모델을 도입했다. 더우인 원생 단말기에서는 앞 5편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지만, 전체 편을 보려면 5.9위안을 결제해야 한다. 이러한 수익화 모델은 업계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싱안링 괴사건'만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2024년 이후 '백호(白狐)', '산싱두이: 미래 계시록(三星堆·未来启示录)', '산하이치징즈피포잔랑(山海奇镜之劈波斩浪)' 등 여러 AI 쇼트드라마가 공개됐다. 특히 올해 5월 공개된 '나를 사랑한 구미호(爱上我的狐妖小姐姐)'는 한 편당 1분 남짓한 길이의 판타지 쇼트드라마로 지금까지 공개된 수십 편의 누적 조회수가 수억 건에 달했다. 신화 속 인물인 주인공이 굴착기를 운전하고 인기 캐릭터가 악당으로 등장하는 등 황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특수효과와 과장된 연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AI 쇼트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인 제작비 절감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10분 정도의 쇼트드라마를 제작하려면 100명이 넘는 대규모 팀이 필요하지만, AI 기술을 활용하면 10여 명의 소규모 팀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다. '산하이치징즈피포잔랑'의 천쿤(陈坤) 감독은 영화 산업 전반으로 볼 때 AI를 활용하면 제작비를 최소 4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일부 AI 드라마는 3편을 제작하는 데 1000위안(약 19만 원) 정도만 드는 경우도 있다. 무료 AI 영상 제작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배우 출연료가 들지 않아 실현 가능한 일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30만 위안(약 5800만 원)으로는 일반 쇼트드라마 한 편도 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같은 금액으로 AI 쇼트드라마는 10편도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들도 AI 쇼트드라마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더우인은 중국 대형 영화사 보나영업(博纳影业)과 협력해 AIGC 워크숍을 설립했고, 콰이쇼우는 문생영상 대형 모델 '커링(可灵)'을 출시했다. 이 두 플랫폼이 각각 주도한 AI 쇼트드라마 '산싱두이: 미래 계시록'과 '산하이치징즈피포잔랑'은 올해 7월 정식 공개됐다.

콰이쇼우 문예사업부 쇼트드라마 담당 책임자 왕하이웨(王海月)는 콰이쇼우 플랫폼의 쇼트드라마 일일 활성 사용자가 2023년 2억 7000만 명에서 지난해 3억 명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도 사용자는 9400만 명에서 1억 4600만 명으로 55.3% 급증했다. 그는 쇼트드라마 사용자의 거의 80%가 매주 쇼트드라마를 시청한다고 덧붙였다.

더우인과 콰이쇼우 같은 중국 자체 AI 영상 제작 플랫폼의 발전도 AI 쇼트드라마 인기를 가속화했다. 이들 플랫폼은 사용자들이 쉽게 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왕하이웨는 향후 콰이쇼우가 AIGC 분야 콘텐츠 개발자를 위한 창작자 육성 계획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영 방송인 중앙방송텔레비전 영상극 다큐멘터리센터도 지난 6월 28일 AI로 제작한 세 편의 쇼트드라마 '영웅(英雄)',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爱永无终止)', '기환전매점(奇幻专卖店)'을 자체 플랫폼 앙스핀(央视频)에 일제히 공개했다. 이 중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는 'AI와 실제 배우'를 결합한 극정식 쇼트드라마이고, '기환전매점'은 전편이 AI로 생성됐다.

상업적 측면에서도 AI 쇼트드라마는 큰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왕하이웨는 좋은 콘텐츠는 곧 좋은 비즈니스라며 콘텐츠 유료화와 브랜드 협업이 쇼트드라마 수익화의 주요 경로라고 설명했다. AI를 통해 창작자가 상상하는 것을 완벽히 구현할 수 있어 현환, 과학환상 같은 장르의 쇼트드라마를 더욱 상상력 넘치게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작된 우수한 콘텐츠와 혁신적인 소재가 사용자의 유료 결제를 이끌어낸다. 또한 AI 쇼트드라마는 맞춤형 제작, 제품 삽입, 극장화 등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 파트너의 상업화를 실현할 수 있다. 현재 콰이쇼우는 이미 150여 편의 상업화 쇼트드라마를 완성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쇼트드라마 제작의 핵심이 'AI 시나리오'와 '후반 전치'에 있다고 분석한다. 상하이대학교 밴쿠버영화학원 부원장 천샤오다(陈晓达)는 'AI 시나리오'가 AI가 시나리오를 작성하거나 사람과 기계가 협업해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신 시나리오 작가가 AI 기술 지식을 숙지하고, 시나리오 창작 중에 극중 사용될 수 있는 AI 기술을 활용한 장면 합성이나 내용 합성 부분을 미리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창작 모델은 제작의 전체적이고 전반적인 효과를 크게 앞당겨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즉시 수정할 수 있게 해 제작 주기를 단축하고 비용 절감 및 효율성 향상을 실현한다.

중국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아이루이컨설팅(艾瑞咨询)의 2024년 중국 마이크로 쇼트드라마 산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3574편이 기획·등록됐고 584편이 온라인 등록됐다. 2023년 마이크로 쇼트드라마 산업의 시장 규모는 358억 6000만 위안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는 484억 6000만 위안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AI 쇼트드라마의 급속한 확산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I 데이터베이스 속 오류와 편견이 무의식적으로 콘텐츠에 반영될 수 있고, 저작권 침해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사전 심사를 강화하는 등 절차를 마련해 무분별한 AI 쇼트드라마 확산을 막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우들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배우 없이, 촬영장 없이, 그린스크린 특수효과 없이 제작되는 '삼무' AI 쇼트드라마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배우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보나영업 영화제작자 취지샤오장(曲吉小江)은 '산싱두이: 미래 계시록'의 주요 배우들을 위해 스타 육성 계획을 만들어 개인 계정을 개설하고 고대 문명 지식을 공유하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AI 쇼트드라마 발전을 3단계로 제시했다. 쇼트드라마에서 장편 드라마로, 다시 게임으로 나아가며 캐릭터를 인기 있는 개인 IP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취지샤오장은 AI가 배우나 시나리오 작가들의 경쟁자가 될지에 대해 AI는 쇼트드라마 영상 산업의 촉매제에 가깝다고 답했다. 그는 AI가 기술 평등권을 실현해 쇼트드라마 영상업 진입 문턱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슈퍼 개인과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IP 영역도 더욱 확대돼 스타 디지털 인간 분신, 가상 인물 공연 훈련 등이 모두 쇼트드라마 산업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쿤 감독은 만약 명령을 내려 '산해경(山海经)' 관련 시나리오를 생성하고 AI가 드라마 제목부터 모든 대본 세부 사항까지 제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AI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대형 모델은 단지 문제를 프롬프트 워드로 전환해 데이터베이스에서 프롬프트 워드 태그에 맞는 답을 가져온 뒤 조합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AI가 전통 영상 효과에 도달하려면 인물 일관성과 장면 일관성이 필요한데, 이는 이전 장면의 인물과 배경이 다음 장면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3차원에 대한 대형 모델의 인식 능력에 크게 의존한다. 그는 현재로서는 AI를 도구로만 활용해야 하며 과도하게 의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AI 기술 기업 블러과기(布乐科技)의 CEO 양성(杨晟)은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한된 컴퓨팅 파워 안에서 AI를 활용해 최대한 창작을 완성할 수 있는 인재라고 말했다. 천샤오다 부원장도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용자가 표준화된 산업 프로세스를 습득해야 새로운 기술 응용이 쇼트드라마 산업에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