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교 기숙사 3곳 중 1곳 스프링클러 없어…안전 공백 여전

2025-10-03 15:16

add remove print link

특수학교도 4곳 중 1곳 미설치, 충북·강원 설치율 절반도 안 돼
“예산 부족·공사 지연으로 2028년 목표 달성 불투명”

전국 학교 기숙사 3곳 중 1곳 스프링클러 없어…안전 공백 여전. 백승아 의원 / 뉴스1. 의원실
전국 학교 기숙사 3곳 중 1곳 스프링클러 없어…안전 공백 여전. 백승아 의원 / 뉴스1. 의원실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학교 기숙사와 특수학교의 화재 안전이 여전히 심각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초·중·고 기숙사의 29.7%, 특수학교의 23.9%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이 장기간 생활하는 공간임에도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미비한 셈이다.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575개 초·중·고 기숙사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1,107동(70.3%)에 불과했다. 충북은 설치율이 46%로 전국 최저였으며, 강원 50.5%, 경북 54.8%, 전남 56.7% 순으로 낮았다. 특수학교도 사정은 비슷해 364개 교사동 중 87곳(23.9%)은 여전히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으며, 충북(36.4%)과 강원(47.8%)은 설치율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교시설 환경개선 5개년 계획(2024~2028)’을 발표하며 기숙사와 특수학교 전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첫해부터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2024년 계획은 380동이었으나 실제로는 303동에 그쳤고, 예산도 87억 원 이상 덜 집행됐다. 올해 역시 목표치보다 89동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2028년 100% 설치 달성은 불투명하다.

이 문제는 단순 행정 지연이 아닌 학생 생명권과 직결된다. 과거 대구 지하철 화재,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에서 스프링클러 부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학교·기숙사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관리·점검을 강화해왔다. 미국은 모든 기숙사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법으로 규정했고, 일본은 학생 생활관에 소방안전 점검을 매년 의무적으로 시행한다.

전국 학교 기숙사 3곳 중 1곳 스프링클러 없어…안전 공백 여전. / 백승아 의원실
전국 학교 기숙사 3곳 중 1곳 스프링클러 없어…안전 공백 여전. / 백승아 의원실

백승아 의원은 “학교 기숙사와 특수학교는 안전을 더욱 철저히 챙겨야 하는 시설인데도 지역 간 격차와 미흡한 예산 집행으로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며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로드맵과 책임성 있는 점검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대비는 숫자로 확인된다. 스프링클러 설치율 100%는 선택이 아닌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다. 정부와 교육청은 더 이상 ‘계획만 있는 정책’에 머물지 말고, 예산 집행과 현장 공사를 실질적으로 이행해 학생들의 생명 안전망을 완성해야 한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