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여신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13만명 속여 비트코인 6만개 산 중국인
2025-10-0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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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로 약 9조 4600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 가치
13만 명 가까운 피해자들에게 대규모 투자 사기를 벌인 중국인 사업가 첸즈민(Chen Zhimin·47)이 영국 법정에서 혐의를 시인했다.

첸즈민은 2014~2017년 사이 중국 내에서 12만 8000여 명에게 사기 행위를 저지른 후 피해자들로부터 모은 거액을 암호화폐(가상화폐·코인) 비트코인 6만 개 이상으로 바꿔 영국으로 도주했다. 현재 이 비트코인의 가치는 약 50억 파운드, 한화로 약 9조 4600억 원에 달한다.
BBC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런던 사우스워크 형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첸즈민은 가상자산 불법 취득 및 소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다음날 같은 법정에서는 자금세탁 공모에 연루된 말레이시아 국적의 공범 센 혹 링(Sen Hok Ling)이 역시 혐의를 시인했다. 또다른 공범 원젠(Yuan Jian·44)은 이미 지난해 범죄 조직 가담 혐의로 징역 6년 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런던 경찰청에 따르면 ‘야디 장(Yadi Zhang)’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첸즈민은 사기 당시 자신을 ‘부의 여신’으로 포장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피해자 다수는 50~75세 연령대로, 수십만 위안에서 많게는 수천만 위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첸즈민은 사기 행위 후 위조 신분증으로 중국을 빠져나가 영국에 정착했고, 불법으로 챙긴 자금을 부동산 매입을 통해 세탁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경찰은 중국 사법 당국과 공조해 7년에 걸친 추적 끝에 첸즈민의 자금 세탁망 전체를 분석하고 그를 체포했다. 현재 영국 수사당국은 비트코인 6만 1000개를 회수했으며, 이는 시세 기준 50억 파운드를 웃돈다. 또한 원젠으로부터도 3억 파운드(약 570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압수했다.
첸즈민의 변호인 로저 사호타(Roger Sahota)는 “그의 유죄 인정은 오랜 기간 피해 회복을 기다려 온 투자자들에게 최소한의 위로가 될 것”이라며 “암호화폐 가치 상승 덕분에 손실을 보전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첸즈민과 센 혹 링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1월 10일부터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다. 법원은 센 혹 링으로부터 1620만 파운드(약 307억 원)를 환수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했다. 환수 금액은 선고 시 암호화폐 시세에 따라 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