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는 커녕 수확 포기 속출...추석 명절에도 비상 걸린 '국민 식재료'

2025-10-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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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삼킨 국민 식재료, 논콩 농가의 눈물
농민의 희망을 무너뜨린 자연재해와 미흡한 보상

판매는커녕 수확조차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국민 식재료’로 불리는 논콩이 폭우 피해로 대거 썩어가면서 전북 김제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인 전북 김제는 전국 논콩 주산지다. 그러나 지난달 초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 이후 논 곳곳이 침수되면서 콩줄기와 꼬투리가 까맣게 변해 썩어가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아예 수확을 포기한 채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K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제의 한 논콩 재배 단지에서는 콩 줄기와 잎사귀를 들추면 까맣게 썩은 꼬투리들이 드러난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손으로 만지면 껍질이 문드러질 정도로 부패가 진행돼 있다. 판매는커녕 수확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폭우로 자라지 못한 논콩. 자료사진 / 연합뉴스
폭우로 자라지 못한 논콩. 자료사진 / 연합뉴스

인근 단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콩 꼬투리가 거의 달리지 않았고, 달렸다 해도 온전한 콩이 거의 남지 않았다. 김제 지역 전체 논콩 재배 면적 7200헥타르 가운데 57%에 해당하는 약 4100헥타르에서 이런 피해가 확인됐다. 지난달 초 200밀리미터 안팎의 폭우가 쏟아진 뒤 침수 피해가 뒤늦게 확산된 결과다.

문제는 피해 규모에 비해 정부 보상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완전히 갈아엎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헥타르당 79만 원의 농약값만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농민과 지역 정치권은 지금까지 투입한 비용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폭우로 잠긴 논콩.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죽산콩영농조합법인 제공
폭우로 잠긴 논콩.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죽산콩영농조합법인 제공

또 초기 조사 당시보다 피해가 확대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침수 이후 시간이 지나며 부패와 병해가 확산됐지만, 당시 기준으로만 피해가 산정돼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 사회에서는 전면적인 피해 재조사와 함께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배연 김제시의원은 매체에 "수확 시기에 맞춰서 다시 재조사를 실시해서 그걸 근거로 (특별) 재난지역을 선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튜브, KBS News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쌀 과잉 생산을 줄이기 위해 논에 벼 대신 콩을 재배하도록 장려해 왔다. 논콩은 이러한 작물 전환 정책의 핵심 품목으로,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농가 소득원을 다변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폭우 피해로 논콩 재배 기반이 여전히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농민들은 정부가 권장한 정책에 따라 재배한 작물인 만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한 배수 시설 확충과 재해 예방 인프라 구축 역시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 식재료’로 불리는 콩의 생산 기반이 흔들리면서 추석 이후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폭우에 무너진 논콩 단지는 단순한 자연재해 현장을 넘어, 기후 시대의 농업 정책이 다시 점검돼야 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되고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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