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앞두고 날벼락…수확량 바닥나 속 썩는 ‘뜻밖의 국민 과일’
2025-10-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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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둔 과일 시장, 탄저병의 습격
기후 위기가 앗아간 국민 과일의 명성
추석을 앞두고 풍성해야 할 과일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명절 상차림에 빠질 수 없는 단감과 사과 농가가 탄저병 확산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잦은 비와 높은 습도 속에서 병해가 급속히 번지며 수확량이 급감하자, 한 해 농사를 망칠 위기에 놓인 농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일 SBS 보도에 따르면 경남 진주의 한 단감밭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수확이 한창이어야 할 시기지만, 나무마다 까맣게 썩은 감이 달려 있다.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감도 자세히 보면 까만 점이 퍼져 있으며, 과육 내부까지 곰팡이가 번진 상태다. 모두 탄저병에 감염된 것으로, 밭 전체를 둘러봐도 멀쩡한 감을 찾기 어렵다.
탄저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쉽게 번식하는 곰팡이성 병으로, 한 번 발생하면 주변 나무로 빠르게 전염된다. 까만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면 인근 열매까지 모두 폐기해야 하므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진주 문산농협에 따르면 탄저병 피해 농가는 지난해 20%에서 올해 30%대로 늘었다. 특히 9월 중순까지도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들고, 잦은 비로 나무가 장기간 고온다습한 상태에 놓이면서 피해가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탄저병 확산으로 상품성이 떨어진 감이 많아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단감이 추석 대표 과일인 만큼 산지와 시장 모두 긴장하고 있다. 단감은 명절 선물세트의 단골 품목으로, 사과·배와 함께 ‘국민 과일’로 불릴 만큼 소비자 수요가 높다. 하지만 잦은 비와 병해로 정상적인 출하가 어려워지면서 생산 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과 농가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얼음골 사과로 유명한 경남 밀양의 한 농장에서는 수확을 앞둔 부사 품종이 잇따라 갈색으로 변했다. 지난 6월부터 일조량이 과다해 발생한 일소 피해에 더해, 껍질이 손상된 틈으로 탄저균이 침입하면서 병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과피가 물러지고 색이 변하면 상품가치가 떨어져 대부분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일부 사과 농가는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농작물 재해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단감은 여전히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피해 규모가 커도 농민이 전액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한편, 소비자들도 올해 과일값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엠브레인 리서치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성수기 가정소비용 과일류 구매 의향은 ‘전년과 비슷’이 54.8%로 가장 높았고, ‘감소’가 35.7%로 ‘증가’(9.5%)보다 훨씬 많았다.
과일류 구매를 줄이겠다는 이유로는 ‘가격 부담’(62.1%)이 가장 높았다. 특히 부담을 많이 느낀 품목으로는 사과(83.3%), 배(77.6%), 감귤(61.6%), 복숭아(57.6%), 포도(53.3%), 단감(51.4%) 순으로 나타났다.

사과와 단감은 예로부터 추석 상차림에 빠질 수 없는 상징적인 과일이다. 그러나 올해는 기상이변과 병해 확산으로 ‘뜻밖의 국민 과일’이 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탄저병에 강한 품종 개발과 농작물 재해보험 확대가 필요하다”며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농가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