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못 누린 잠, 연휴 때 몰아서 자면 오히려 피로 더 쌓인다
2025-10-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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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수면 부족의 위험, 당신은 안전한가?
몰아자는 잠, 피로는 풀려도 건강엔 ‘독’ 될 수 있다
이번 추석 명절이 포함된 황금 연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도 많지만, “이번 연휴엔 잠 좀 자야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평소 부족했던 잠을 몰아서 자면 건강에 도움이 될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피로는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몸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 한국인 수면 시간, OECD 평균보다 1시간 이상 부족
대한수면연구학회의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보다 약 18% 짧았다. 이는 한국인이 만성적인 수면 부족 상태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평균적으로 오후 11시 3분에 잠자리에 들고 오전 6시 6분에 일어났으며, 권장 취침 시간인 오후 10시~11시 사이보다 늦은 편이었다.

숙면을 취한다고 답한 비율은 7%로, 세계 평균인 13%의 절반 수준이었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는 스트레스(62.5%), 신체적 피로(49.8%), 불완전한 신진대사(29.7%), 소음(19.4%) 등이 꼽혔다. 결국 한국인 다수는 양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수면 결핍을 겪고 있는 셈이다.
◆ 수면 부족이 초래하는 몸의 변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각종 질병의 위험이 높아진다. 하루 6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은 감기에 걸릴 확률이 3배 높으며, 심장동맥질환 위험은 48%, 뇌졸중 위험은 15% 증가한다. 또한 체내 호르몬 균형이 무너져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성 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진다.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수면 부족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악화시킨다. 수면 중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의 국내 유병률도 남성 4.5%, 여성 3.2%로 나타났다. 이 질환은 고혈압, 부정맥,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면 부족은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사회적 손실로도 이어진다. 수면이 부족한 근로자는 업무 집중력이 떨어져 생산성이 50% 이상 감소하며, 병가와 의료비 부담이 늘어난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수면 부족으로 연간 4110억달러, 일본은 1380억달러, 영국은 500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한국 역시 약 11조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주말에 몰아서 자기, 오히려 생체리듬 깨뜨릴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평일에 부족한 잠을 주말이나 연휴에 몰아자며 보충하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상 수면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전진선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주말이나 연휴에 잠을 몰아서 자면 생체리듬이 불규칙해지고, 대사 기능에 이상이 생겨 당뇨병이나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수면 시간은 하루 평균 7시간이 가장 적당하다. 너무 적게 자는 것도 문제지만, 과도하게 자는 것도 사망률을 1.2~1.4배 높인다는 연구가 있다. 전 교수는 “수면의 양보다 중요한 건 ‘규칙성’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이 건강을 지킨다”고 강조했다.
◆ 건강한 수면 습관 만드는 법
좋은 수면을 위해선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늦게 잠들더라도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해야 생체시계가 안정된다. 낮잠은 가급적 20분 이내로 짧게 자고, 오후 3시 이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카페인 섭취는 최소한 잠들기 6시간 전에는 중단해야 한다. 커피뿐 아니라 초콜릿, 녹차, 에너지 음료에도 카페인이 포함돼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이나 TV 시청도 피해야 한다.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푸른빛)는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잠이 오기 어렵게 만든다. 대신 조명을 낮추고 스트레칭이나 명상,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침실 환경도 중요하다. 조도는 낮추고, 실내 온도는 18~20도, 습도는 50% 안팎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소음이 신경 쓰인다면 백색소음 기기를 활용하거나 귀마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 ‘질 좋은 잠’이 최고의 건강 비결
이번 긴 연휴는 몸과 마음을 재정비할 좋은 기회다. 다만 잠을 ‘몰아서 자는 것’보다 ‘잘 자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불규칙하게 긴 잠을 자는 것은 일시적으로 피로를 풀어줄 수 있지만, 오히려 체내 리듬을 흐트러뜨려 더 큰 피로감을 남길 수 있다.
하루 7시간 전후의 규칙적인 숙면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습관이다. 연휴 동안 잠시 여유를 가지되, 다음 날의 컨디션을 위해 일정한 수면 리듬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얼마나 오래 잤는가’보다 ‘얼마나 잘 잤는가’가 몸의 회복을 결정짓는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