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여행 간다고 하자, 친정엄마 분노…사정 다 알면서도 그러시네요"

2025-10-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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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세대 간 갈등 스트레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마지막 여행을 준비하던 며느리가 친정어머니의 뜻밖의 반응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지며, 온라인에서 가족 관계와 세대 갈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기적인 친정엄마 때문에 너무 답답하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 씨는 결혼 6년 차로, 추석 연휴를 맞아 시어머니와 가족 여행을 계획 중이었다. 시어머니는 젊은 시절 홀로 세 남매를 키우며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최근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병이 이미 전이된 상태였다. 수술도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에 가족은 큰 충격을 받았고,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여행을 준비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A 씨는 “시어머니께서 평생 여행 한 번 못 가보셨다고 하셔서 남편, 시동생 부부와 상의해 함께 떠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친정에 이 소식을 전하자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어머니는 “명절에 자식이 집에 안 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얼굴을 굳혔고,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 가족 간 엇갈린 반응…“왜 남의 어머니만 챙기냐”

A 씨는 미리 양해를 구하며 “이번에는 시댁 어른께 효도하고 싶다”고 전했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더 화를 냈다고 한다. 반면 아버지는 “옷 한 벌 해드리고 맛있는 거 사드려라”며 봉투를 건넸고, 옆에 있던 남동생도 “사위랑 손주 앞에서 창피하지 않느냐”며 운동화를 선물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봉투를 빼앗으며 “명절에 안 온다는데 뭐가 이쁘다고 주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분위기는 냉각됐고, 어머니는 화를 참지 못한 채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후에도 갈등은 이어졌다. 밤이 되자 어머니는 울면서 전화를 걸어 “딸이 명절에 집에도 안 오고, 시댁만 챙긴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A 씨는 “심지어 남편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울며 하소연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년에 엄마랑 하와이 여행도 다녀왔다. 시어머니는 25살에 남편을 여의고 평생 자식만 키운 분인데, 그런 분께 마지막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A 씨는 “엄마가 평소에도 남이 하는 건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이번에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시간이 지나면 엄마도 알겠지만 지금은 연락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딸에게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 여행 잘 다녀오라”고 문자로 위로를 건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 누리꾼 “효부상 감이다”…공감과 응원의 메시지

이 사연은 게시 직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많은 누리꾼들은 “입장 바꾸면 친정어머니가 더 비난했을 상황이다”, “시한부 어머니를 질투하는 건 도를 넘은 행동”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또 “아버지의 따뜻한 배려가 감동적이다”, “남동생이 누나의 시어머니를 위해 선물을 준비한 모습이 인상 깊다”며 가족의 품격을 칭찬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반면 일부는 “어머니 세대의 외로움과 소외감도 이해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명절마다 ‘딸은 시댁, 아들은 본가’라는 구도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이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세대 간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한다.

◆ 명절 스트레스, 가족 관계에 독이 될 수 있어

여러 가지 이유로 명절 전후로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수면장애, 소화불량, 두통, 심박수 증가 등의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명절 전 가족 간 일정과 계획을 솔직히 공유하고, 부모에게는 ‘당신도 내게 소중하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명절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기대치를 낮추는 것’과 ‘자신의 감정 기록하기’가 도움이 된다. 감정일기를 쓰거나 명상, 산책, 가벼운 운동을 통해 심리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가족 갈등 후에는 ‘누가 옳은가’보다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관계 회복에 중요하다.

A 씨의 사연은 단순한 가족 다툼을 넘어, 우리가 명절마다 되풀이하는 갈등의 단면을 보여준다. 각자의 입장에서 조금만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 상처를 남기지 않는 명절을 만드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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