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말이 되나…'이것' 고장 나 ‘난방비 0원’ 냈다는 가구, 우수수 쏟아졌다

2025-10-0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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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0원의 배후와 비밀?!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이 전국을 강타하던 그 시기에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 아파트 단지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달 이상 난방비를 ‘0원’만 낸 가구가 무려 19만5573가구, 그중에서도 계량기 고장으로 실제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은 가구가 2만3443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난방비가 오르며 서민 가계가 휘청이던 가운데 고장난 계량기 덕분에 난방비 0원을 낸 가구가 이처럼 많았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가구마다 고지서가 꽂히는 아파트 우편함.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가구마다 고지서가 꽂히는 아파트 우편함.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난방비 ‘0원’…그중 2만3천가구는 ‘계량기 고장’ 때문

6일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한 달 이상 난방비가 0원이었던 아파트는 총 19만5573가구였다.

이 가운데 계량기 고장이 원인인 가구가 2만3443가구, 전체의 11.9%를 차지했다. 이는 단순 미사용이나 공가(빈집)와 달리, 관리 시스템 문제로 인해 난방비가 제대로 부과되지 않은 경우다.

이 수치는 전년도(2만1539가구) 대비 1천904가구(8.8%) 증가한 것이다. 정부가 해마다 계량기 점검과 교체를 강화해왔음에도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허점이 다시 지적되고 있다.

지역별 현황…경기·서울 집중, 고의 훼손 사례도 적발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가 1만5129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1901가구, 대구 1623가구, 경남 1439가구, 인천 1235가구 순이었다. 대부분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 및 대도시권에서 발생했다.

겨울 난방. 자료사진. / 뉴스1
겨울 난방. 자료사진. / 뉴스1

이 중 일부는 단순 노후나 결함이 아닌, 고의로 계량기를 훼손한 사례도 있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난방비 납부를 피하기 위해 계량기를 의도적으로 손상시킨 1가구가 적발됐다.

이 경우 경찰 고발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같은 단지에서 가장 높은 난방비가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는 단지 평균 난방비를 부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절반 이상은 ‘난방 미사용’…빈집·장기 출타도 상당

난방비 0원이었던 가구 중에는 실제로 난방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13만1528가구(67.3%)가 실제 난방기를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이었던 가구도 3만641가구(15.7%), 장기간 출타한 경우가 4824가구(2.5%)였다. 이외에도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기타’ 항목이 5136가구(2.6%)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량기 고장 비율이 10%를 넘는다는 점은, 여전히 공동주택 난방 관리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0년 넘게 반복되는 ‘계량기 고장 난방비 0원’ 문제

사실 난방비 0원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 배우 김부선이 ‘난방 열사’로 불릴 정도로 아파트 난방비 부과 문제를 제기하며 사회적 논쟁이 불거졌다. 그 후 국토부는 매년 7월 각 지자체를 통해 겨울철 난방비 부과 현황을 조사하고 있지만, 계량기 고장으로 인한 미부과 사례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난방비 측정 계량기. 자료사진. / 뉴스1
난방비 측정 계량기. 자료사진. / 뉴스1

문제는 계량기 노후와 관리 부실뿐만 아니라, 고장 여부를 제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공동난방 방식 아파트에서는 세대별 계량기가 손상되면 관리소가 이를 바로 확인하기 어렵고, 결국 한겨울 내내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한다.

관리 사각지대…계량기 점검 주기와 책임 공방

현행 주택법상 중앙난방 또는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아파트는 세대별 난방량을 계량기로 측정해 관리비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계량기 점검 주기가 지역마다 달라, 6개월~1년에 한 번 수준으로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사이에 계량기가 고장나도 입주민이 직접 신고하지 않는 이상 관리소가 발견하기 어렵고, 고장 상태로 장기간 방치되는 경우가 잦다. 또 고장 원인에 따라 관리주체(입주자대표회의·관리소)와 설비업체 간 책임 공방이 이어지며 교체나 보수가 늦어지는 문제도 반복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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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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