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살리는 헌혈…60만 건은 버려진 의외의 사정

2025-10-0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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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59만 3000여 유닛 폐기
혈액 검사 부적격이 가장 많고 채혈·보관 과정에서도 상당량 버려져

최근 5년 동안 무려 60만 개 가까운 혈액 제제가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헌혈 자료 사진 / 뉴스1
헌혈 자료 사진 / 뉴스1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국민의힘·부산 금정구)은 대한적십자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생산된 혈액 제제는 모두 3534만 8000여 유닛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59만 3000여 유닛은 실제 수혈에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졌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10만 6000 유닛이 폐기되는 셈이고 특히 2022년에는 13만 6000 유닛이 사라져 5년 사이 가장 많은 폐기량을 기록했다.

폐기 원인을 구체적으로 보면 혈액 선별 검사에서 이상 반응이 발견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혈액이 34만 4000여 유닛에 달했다. 이어 채혈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24만 3000여 유닛이, 보관 중 문제가 생겨 6000여 유닛이 각각 폐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헌혈 참여는 꾸준히 늘고 있다. 같은 기간 헌혈 건수는 해마다 240만 건을 웃돌았다. 전혈 헌혈 한 번으로 혈장, 적혈구, 혈소판 등 평균 3유닛의 혈액 제제가 만들어진다. 보통 혈액 1유닛은 약 320~400㎖에 해당한다.

백 의원은 “수혈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검사 과정에서 부적격 혈액을 가려내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헌혈 이후에도 상당량의 혈액이 버려지고 있는 현실은 헌혈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혈자의 선의가 헛되지 않도록 헌혈 단계에서부터 이상 혈액을 보다 정밀하게 식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헌혈.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헌혈.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헌혈은 단순한 기부 행위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유일한 수단이다.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혈액을 대신할 인공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통사고나 대수술, 암 치료 과정에서 필요한 혈액은 곧 환자의 생명줄이다. 한 번의 헌혈로 얻어진 혈액 성분은 여러 환자에게 쓰일 수 있어, 한 사람의 참여가 곧바로 누군가의 생명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다만 헌혈에 앞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유의사항이 있다. 공복 상태에서는 저혈당으로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어 반드시 가볍게 식사한 뒤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치킨이나 삼겹살처럼 기름진 음식을 직전에 먹으면 혈액 속 지방이 높아져 혈장이 뿌옇게 변할 수 있고,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술 역시 체내 알코올이 혈액 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최근에 복용한 약물이나 해외 여행 이력 등이 있다면 일정 기간 헌혈이 제한될 수 있다. 이는 말라리아나 C형 간염 등 감염병 전파 위험을 막기 위한 안전 장치다. 헌혈자의 건강과 수혈자의 안전을 동시에 지키려는 최소한의 절차로, 다소 까다롭게 느껴져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헌혈 후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채혈 부위는 일정 시간 압박해줘야 하며, 격한 운동이나 음주는 당일에는 삼가는 것이 좋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일부 혈액은 검사나 보관 과정에서 폐기되기도 하지만, 남은 혈액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직접 쓰이는 만큼 헌혈의 의미는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꾸준히 참여하는 작은 나눔이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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