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영업자 10명중 7명 '100만 원'도 못 번다
2025-10-09 10:00
add remove print link
자영업 생존의 그늘, 10명 중 7명의 고단한 현실
국내 개인사업자 10명 중 7명이 월 100만원 미만의 소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연 소득이 ‘0원’으로 신고된 사업장도 100만 곳을 넘어서면서, 자영업을 기반으로 한 국내 경제 구조에 적신호가 켜졌다. 경기 부진과 비용 부담, 과밀 경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개인사업자의 생존 기반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 개인사업자 1217만 명…소득 ‘0원’ 사업장 100만 곳 돌파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개인사업자는 1217만 8914명으로, 전년보다 6.2% 늘었다. 이 가운데 소득이 ‘0원’이라고 신고한 사업장은 105만 5024곳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했다. 1년 새 11.7%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임대료, 인건비, 수수료 등 각종 고정비를 제하면 실질적으로 남는 돈이 없다고 호소한다. 연 소득이 1200만원, 즉 월 100만원도 되지 않는 개인사업자는 816만 5161명으로 전체의 67%에 달했다. 사실상 개인사업자 3명 중 2명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수입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소득 구간을 살펴보면 1200만~6000만원 구간이 20.5%, 6000만~1억2000만원이 2.3%, 1억2000만원 이상이 1.4%에 불과했다. 극소수만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다수는 생계형 수준에 머물러 있어, 자영업 내에서도 심각한 양극화가 확인된다.
◆ 임대료·수수료·경쟁 과열…끝없는 출혈 구조
대다수 개인사업자는 소매업, 음식점, 서비스업 등 생계형 업종에 몰려 있다. 하지만 이런 업종은 이미 포화 상태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과밀과 경기 침체, 배달앱 수수료와 임대료 등 고정비 증가가 소득 악화를 불러오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한 경제학자는 “소득 ‘0원’ 사업장이 100만 곳을 넘었다는 건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의 신호”라며 “자영업 시장이 과열된 상태에서 출혈 경쟁이 이어지면 생산성은 떨어지고 폐업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자영업자 상당수는 매출보다 지출이 많아 적자 상태를 견디며 운영 중이다. 인건비 인상과 임대료 상승,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겹치면서 이익이 줄고, 그나마 남은 소득도 생활비로 빠져나가 재투자 여력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 “내수 약화로 이어질 것”…경제 전반의 악순환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를 단순히 자영업자의 수입 문제로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개인사업자는 국내 전체 고용 구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소득 부진은 내수 위축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의 67%가 연 1200만원도 못 번다는 건 결국 소비 여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라며 “자영업자들의 지갑이 닫히면 지역 경제는 물론 국내 소비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배달앱 수수료,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을 줄이지 않으면 구조적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세금을 걷기 전에 생존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 업종 재편과 디지털 전환이 해법
전문가들은 자영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기 지원이 아닌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종 전환과 기술 창업 유도, 상권 재구조화, 디지털 전환 지원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재 자영업자 상당수가 유사 업종에 몰려 경쟁이 과도하게 치열하다. 정부 차원의 업종 다변화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새로 창업해도 결국 같은 시장에서 소모전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소득 ‘0원’ 신고 일부는 절세 목적일 수 있지만, 이 정도 규모라면 단순 회피라 보기 어렵다”며 “자영업 생태계 자체가 재편되지 않는 한 소득 불균형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창업 장려’보다 ‘지속 가능성’ 중심의 정책 필요
전문가들은 자영업의 위기를 개인의 실패로 돌리기보다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위 1~2%만 고수익을 내고 다수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현 구조에서는 단순히 창업을 독려하는 정책은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정책의 방향은 ‘얼마나 많이 창업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효율적 운영, 지역 상권 중심의 재활성화, 실질적인 세제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통계는 단순히 ‘가난한 자영업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1000만 명 이상이 종사하는 자영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단기 부양책보다 근본적 구조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