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한 김정난, 발뒤꿈치가 깨질 정도로 명절 음식 한 '이유'
2025-10-09 10:17
add remove print link
종갓집 장녀라는 배우 김정난
배우 김정난이 종갓집 장녀로서 겪어온 명절과 제사의 고충을 솔직히 털어놨다.
오랜 세월 가족의 제사를 책임져 온 그가 밝힌 이야기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제사 문화와 세대 간 인식의 간극을 돌아보게 한다.
◆ “1년에 12번 제사…명절이 두려웠다”
8일 김정난의 유튜브 채널에는 ‘건강콩떡 레시피 최초 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그는 추석을 앞두고 떡을 빚으며 “옛날엔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 아빠가 까던 밤을 옆에서 하나씩 몰래 먹곤 했다”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제작진이 “제사를 그렇게 자주 지냈다면서요?”라고 묻자, 김정난은 “1년에 12번이나 했다”고 답했다. 그는 “명절에 기제사까지 합치면 그 정도 된다. 고조할아버지, 일찍 돌아가신 고모 제사까지 다 챙겼다. 친어머니도 일찍 돌아가셔서 제사가 추가됐다”고 덧붙였다.
김정난은 “명절 음식도 많이 하셨죠?”라는 질문에 “그게 말이 돼요? 발뒤꿈치가 깨질 정도로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중고등학교 때부터 명절이면 일을 도맡아 했다. 엄마를 도와 설거지하고, 손님 오면 음식 차리고, 과일 깎고 커피 내리고, 점심 차리고… 하루 종일 일했다. 진짜 너무 싫었다”고 고백했다.

◆ 종갓집 장녀의 무게, 그리고 ‘당연함’의 이름
김정난의 이야기는 많은 한국 여성들이 공감하는 명절의 현실을 담고 있다. 종갓집 장녀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명절 준비를 떠맡았던 기억, 가족의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이어진 과중한 역할이 그의 입을 통해 현실감 있게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전통적 역할 구분이 여전히 가족 내 불균형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사회학자는 “제사와 명절을 유지하려는 전통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가 희생하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제사,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
김정난의 고백은 단순히 한 연예인의 개인적 경험을 넘어, 오늘날 세대가 제사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젊은 세대는 제사를 ‘가족 간의 의무’보다는 ‘부담’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30 세대의 절반 이상이 “제사를 꼭 지낼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이 같은 변화는 전통의 단절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재해석으로 읽힌다. 과거에는 제사가 가족 결속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형식보다 진심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부모 세대가 ‘제사는 효의 표현’이라고 여겼다면, 자녀 세대는 ‘살아 있을 때 잘하자’는 실질적 정서로 바뀐 것이다.

◆ 세대 간 온도차, 서로의 이해가 필요하다
명절 때마다 불거지는 제사 문제는 세대 갈등의 단골 소재가 됐다. 부모 세대는 “조상 제사는 예의를 지키는 일”이라 주장하지만, 자녀 세대는 “형식적인 의례보다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낫다”고 말한다. 갈등의 핵심은 ‘무엇이 진정한 효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세대별 해석의 차이다.
심리학자들은 “전통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라, 시대가 달라졌음을 인정하자는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방향으로 제사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가정에서는 제사 대신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거나, 조상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추모 문화를 바꾸고 있다.
◆ 전통의 의미는 남기되, 부담은 줄여야
김정난이 털어놓은 명절의 기억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현재진행형이다. 누군가는 주방에서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 풍경을 당연히 여긴다. 그러나 전통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전문가들은 “제사는 형식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며 “가족 구성원이 모두 동의하고,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제사 문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의 유산’일지 모른다.
김정난의 솔직한 고백은 단순한 추억담이 아니라, 전통과 변화의 경계에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화두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