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상해 가해자 3명 중 1명 ‘취한 상태’… 음주감형,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
2025-10-0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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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공분 커지는 ‘심신미약 감형’ 논란
“술은 약이 아니라 핑계”… 감형 법조항 여전
음주범죄, 단속보다 ‘예방과 치료’가 해답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술에 취해 그랬다”는 말이 더 이상 범죄의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살인·상해 등 강력범죄의 3명 중 1명이 음주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음주감형 제도의 실효성과 형사정책의 방향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강력범죄 가해자 중 살인은 33.6%, 상해는 31.4%, 폭행은 32.7%가 ‘음주 상태’로 확인됐다.
이들 중 다수는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형 감경을 주장했고, 실제 법원에서 형량이 줄어든 사례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음주가 단순 일탈이 아닌 ‘상습적 범행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찰 통계에 따르면 음주 상태 재범률은 비음주자 대비 1.8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현행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해, 술에 의한 판단력 저하도 감형 사유에 포함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박정현 의원은 “음주가 감형 사유로 작용하는 현실은 국민 상식과 괴리돼 있다”며 “상습 음주범죄자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은 2013년 「형법개정안」을 통해 주취 상태에서의 범죄를 ‘가중처벌 대상’으로 규정했으며,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음주가 범행의 ‘악화요인’으로 적용된다.
영국 역시 ‘공공안전 위협 행위’에 해당하면 술에 취한 정도와 무관하게
형량을 최대 2배까지 가중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8년 ‘조두순 사건’ 이후 음주감형 제한 여론이 높아졌고, 2020년 개정된 「형법」에도 ‘상습 음주에 의한 심신미약은 감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여전히 음주로 인한 감형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박 의원은 “술이 범죄의 핑곗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음주 상태에서의 범죄는 가중처벌하고, 재범 방지를 위한 교육·치료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