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박람회 간댔는데… 납치·고문으로 숨진 22세 예천 출신 청년

2025-10-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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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안 된다”

경북 예천군 출신의 22세 대학생 A씨가 여름방학 기간 캄보디아에서 열린다는 박람회에 참가하겠다며 집을 떠난 뒤 2주 만에 현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여행을 이유로 출국한 청년이 납치와 고문 끝에 숨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hanakorn.P-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hanakorn.P-shutterstock.com

9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17일 캄보디아에 도착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A씨의 가족에게 낯선 남성이 전화를 걸었다. 조선족 말투의 이 남성은 “A씨가 사고를 쳐 감금돼 있다. 5000만 원을 보내면 풀려날 수 있다”고 협박했다.

가족은 즉시 캄보디아 주재 대사관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돈을 보내면 안 된다"고 했고, 대사관은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위치와 사진 등을 보내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가족은 A 씨가 어디에 감금돼 있는지 알 수 없었고, 협박범과의 연락은 나흘 만에 끊어졌다.

이후 현지 경찰은 지난 8월 8일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인근의 범죄조직 거점지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현지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고문에 따른 극심한 통증으로 발생한 심장마비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캄보디아 경찰에게 신속한 수사를 요청했다"면서 구체적인 사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A씨의 시신은 사건 발생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귀국하지 못한 채 현지 시설에 머물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부검 절차와 화장 일정 조율이 완료되는 대로 시신은 이달 중 국내로 이송될 예정이다.

A씨의 아버지는 “사망진단서에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쓰여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안 된다. 죽어서도 돌아오지 못하고 냉동고에 방치돼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경찰은 A씨의 출입국 경위와 연루된 범죄조직의 실체를 캄보디아 당국과 공동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최근 급증하는 해외 한국인 납치 사례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보고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220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1~8월 사이 발생한 것만 330건에 달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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