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신입생 판도 뒤집혔다…'여학생'이 50% 이상 차지
2025-10-0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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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의대 인기, 여학생 압도적 우세
의과대학 신입생 가운데 여학생 비율이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학생이 대다수였던 의대 교정은 이제 여성의 비율이 40%에 육박하며 달라진 풍경을 보여준다. 의대뿐 아니라 약대, 수의대, 치대 등 다른 의약학 계열에서도 여학생의 진입이 늘고 있어, 의학계 전반에 여성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한 의대 여학생 비율
9일 종로학원이 대학정보공시 ‘대학알리미’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학년도 전국 39개 의과대학의 정원 내 신입생 중 여학생 비율은 38.4%로 조사됐다. 이는 2021학년도 34.1%에서 4년 만에 4.3%p 상승한 수치다. 이후에도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2022학년도 35.2%, 2023학년도 36.2%, 2024학년도 37.7%를 기록했다. 최근 5년 동안 상승세가 한 번도 꺾이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주요 대학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른바 ‘빅5 병원’을 둔 서울 주요 의대의 올해 여학생 비율은 서울대 31.3%, 연세대 31.8%, 성균관대 31.2%, 가톨릭대 34.4%, 울산대 50%였다. 특히 울산대는 여학생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며 4년 전 34.1%에서 무려 15.9%p나 상승했다. 지방권 의대 전체를 봐도 4년 전 33%에서 올해 39.8%로 높아졌다.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여학생 진학률이 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 약대·수의대·치대 등에서도 여성 비율 급증
여풍은 의대에만 그치지 않는다. 약대, 수의대, 치대 등 다른 의약학 계열에서도 여성 비율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22학년도부터 학부로 전환된 약학대학의 경우, 첫해 여학생 비율은 54.9%였으나 올해는 58.1%에 달했다. 전체 신입생의 10명 중 6명이 여학생이라는 의미다. 수의대 역시 4년 전 42.5%에서 올해 50.4%로 여성이 절반을 넘어섰고, 치대는 같은 기간 33%에서 38.1%로 증가했다. 반면 한의대는 43.6%로 4년 전(43.5%)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여학생들은 남학생보다 내신을 꾸준히 관리하고, 생활기록부와 비교과 활동 준비에서도 세심한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특성이 의학계열 입시 경쟁에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학계열 입시는 오랜 시간 집중력과 계획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꼼꼼함과 성실함이 곧 경쟁력이 된다.

◆ 여학생 늘어나는 의대, 달라지는 캠퍼스 풍경
의대 내 여학생이 많아지면서 학교 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예전에는 남성 중심의 분위기 속에서 여학생들이 소수였지만, 이제는 수업과 연구, 임상실습 등에서 여성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교수진도 점차 다양화되며 여성 의사들의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다.
한 의대 교수는 “과거에는 여학생이 결혼이나 출산 후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육아휴직 제도와 근무 환경이 개선되면서 경력을 꾸준히 이어가는 여성 의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의사의 증가가 환자와의 소통, 진료의 섬세함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여학생 강세의 배경…세밀함과 꾸준함의 힘
입시 전문가들은 여학생의 성향과 학습 태도가 의학계 진출 확대의 주요 요인이라고 본다. 여학생들은 학업 계획을 세밀하게 세우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과를 쌓는 데 강점을 보인다. 특히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준비하면서도 비교과 활동과 봉사 경험을 병행하는 등 자기 관리가 뛰어난 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단기적인 집중력보다 지속적인 준비가 요구되는 의학계열 입시에 유리하다.

◆ 남학생 비중 여전히 높은 이공계, 대비되는 흐름
반면 서울 주요 대학의 첨단학과나 대기업 계약학과에서는 여학생 비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등 공학 중심 학과의 여성 신입생 비율은 2023학년도 13.3%, 2024학년도 17.7%, 2025학년도 15.8%로 10%대 중반에 그쳤다. 임 대표는 “여학생들이 물리보다는 생명과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자연스럽게 의약학 계열로 진학이 몰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공계에서의 여학생 비율이 낮은 것은 전통적인 학문 성향과 사회 인식의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최근 정부와 대학이 과학기술 분야 여성 인재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면서, 향후 변화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 의료계의 구조적 변화와 과제
의학계에서 여성 비중이 늘어나면 의료 현장에도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다. 여성 의사는 환자와의 공감, 세심한 진료, 커뮤니케이션 능력에서 강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변화는 환자 중심의 의료 문화 정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여성 의사 증가로 인해 결혼, 출산, 육아와 같은 생애주기적 변화가 의료 인력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연근무제 도입, 경력단절 예방 프로그램, 의료 인력 재배치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여풍’은 계속…의학계 새 흐름
전문가들은 의대 여학생 비율이 향후 5년 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지방 의대나 신설 대학의 경우 여학생 지원자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어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여성의 수적 증가를 넘어, 의료계 전반의 문화와 인식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의학계의 여성 진출 확대는 한 세대의 성향 변화이자, 사회 구조적 전환의 결과다. 세밀함과 꾸준함, 공감 능력이라는 여학생들의 강점이 한국 의료계에 새로운 균형을 불러오고 있다. 앞으로는 남녀의 구분보다 개개인의 전문성과 소통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