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못 먹는다…해외에서 3배 넘게 비싸도 싹 쓸어간다는 '한국 라면'
2025-10-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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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 중심으로 떠올라
한국 라면업계가 ‘할랄(Halal) 시장’을 새 수출 전략으로 삼으며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권 소비자들이 한국식 매운맛과 프리미엄 이미지에 열광하면서, 한국 라면이 ‘K-푸드의 선두주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삼양식품은 2017년 국내 라면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의 ‘무이(MUI)’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이어 한국이슬람교중앙연합회(KMF)와 아랍에미리트의 ‘에스마(ESMA)’로부터도 인증을 받으며 글로벌 할랄 시장 진출의 기반을 다졌다. 단순 수출을 넘어, 올해 1월에는 말레이시아 국영기업 FGV그룹과 협약을 맺고 현지 생산공장 설립에 착수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지 생산라인이 구축되면 물류비 절감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해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양의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이미 글로벌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닭보다 한층 세분화된 제품 전략을 내세워, 현지인의 식문화에 맞춘 ‘할랄 인증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이 매운맛을 즐기면서도 종교적 제약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SNS에서는 ‘#HalalSamyang’(할랄 삼양) 해시태그와 함께 외국인 유튜버들이 한국 불닭라면 먹방을 올리며 수백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 시장에서는 신세계푸드의 ‘대박라면’이 새로운 주자로 떠올랐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 식품기업 ‘마미더블데커(Mamee Double-Decker)’와 합작해 ‘대박라면’을 출시했다. 제품명 자체가 한국어 단어 ‘대박(DAEBAK)’을 그대로 사용한 점도 화제가 됐다.

이 제품은 현지 일반 라면보다 3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출시 1년 만에 월 평균 30만 개, 연간 400만 개 이상이 판매되며 현지 편의점·대형마트의 주요 매대를 장악했다. SNS에서는 “#DaebakRamenChalleng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도전 영상이 확산됐고, ‘고스트페퍼 스파이스 치킨맛’은 “세상에서 가장 매운 라면”이라는 입소문으로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트위터(X)와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한 입 먹자마자 눈물이 났다”, “불닭보다 맵지만 계속 손이 간다”, “한국 라면은 매운맛이 고급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말레이시아 현지 유튜버들이 ‘대박라면’을 리뷰하며 ‘도전 콘텐츠’로 소비하는 문화가 생기면서, 제품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농심 역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농심은 1980년대부터 중동 지역에 신라면을 수출해왔으며,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할랄 인증을 취득한 ‘할랄 신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농심의 ‘할랄 신라면’은 말레이시아 시장에서만 약 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SNS에서는 할랄 라면에 대한 현지 소비자 반응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는 “한국 라면은 맛뿐 아니라 포장 디자인도 세련됐다”, “한국 라면은 먹는 경험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는 평가가 달리고 있다. 또 ‘할랄 불닭’, ‘할랄 신라면’을 함께 시식하는 리뷰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며,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 라면 비교 콘텐츠’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