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20원 돌파... 전문가 “'이것' 해결 못하면 2000원 넘을 수도”

2025-10-1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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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은?

추석 연휴 직후 국내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20원 이상 급등해 5개월 만의 최고치인 1420원을 넘어섰다.

미국과의 대규모 투자 협상 불확실성, 일본 엔화와 유로화의 약세, 미 연방정부 셧다운 등 복합적인 대외 요인이 겹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1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 뉴스1
1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 뉴스1

1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1원 상승한 1421.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장 중 한때 1424.5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를 돌파한 건 지난 5월 14일 1420.2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시장은 이번 급등이 단순한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한국 경제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신호로 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말 한국산 제품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고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협상을 타결했으나, 이후 직접 투자 비율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논의가 교착 상태에 들어갔다.

미국 측 요구가 관철될 경우 외환시장에는 대규모 달러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뉴스1에 따르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환율이 150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같은 부담은 외환보유액으로도 확인된다. 지난 9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220억 2000만 달러다. 미국이 요구한 3500억 달러는 전체의 82.9%에 이른다. 연간 외환시장 조달 가능액인 200억~300억 달러의 10배 규모이기도 하다.

일시에 투자금이 집행되면 외환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성대 김상봉 교수는 “3500억 달러를 한꺼번에 지불하면 환율이 2000원을 넘을 수도 있다”며 “다만 통화스와프 성사 여부가 환율 안정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역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유상대 부총재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주요국 재정 불안, 관세 정책 불명확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 경로, 주요국 재정건전성 문제 등 변수가 많아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율 급등은 실물경제에도 즉각적인 파급을 준다. 원화 가치 하락은 에너지·원자재 수입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의 생산비를 높이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폭시킨다. 특히 내수 비중이 큰 중소기업의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외국인 투자 심리 위축과 자금 이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과거엔 환율 상승이 수출 경기 개선 신호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자본 흐름이 경기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현 국면의 환율 상승은 실물과 금융 모두에 복합적인 압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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