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초록·파란색’ 간판의 숨은 차이점…이거 모르면 손해 봅니다

2025-10-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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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 간판의 숨겨진 의미?!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가게마다 달려 있는 간판의 색깔이다. 얼핏 보면 단순한 색상 구분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색은 각 점포의 판매 형태와 영업 구조를 구분하는 명확한 신호다. 다만 이 차이에 담긴 비밀을 더 이해하면 같은 생선을 사더라도 몇천 원, 혹은 몇만 원씩 더 싸게 살 수도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노량진수산시장은 국내 최대 규모 수산물 집산지로, 도매와 소매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복합시장이다. 매일 새벽 전국 각지에서 수산물이 경매를 통해 들어오고, 일부는 업소나 식당으로 납품되며, 또 일부는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이 과정에서 상인과 소비자 모두가 거래 구조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간판 색깔 체계가 도입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색상은 초록색과 파란색이다.

초록색 간판은 선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점포를 의미한다. 선어란 바다에서 잡은 직후 냉장 상태로 보관해 유통되는 생선을 말한다. 살아 있는 활어보다는 유통과정이 간소하고 가격이 저렴하다. 초록색 간판 가게들은 도매 중심 점포가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식당이나 횟집, 마트 등으로 생선을 납품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따라서 이 업체들은 새벽 경매장에서 물건을 들여와 가공하고, 아침부터 오후 3~4시 사이에 대부분의 거래를 마친다. 이들은 B2B 중심 거래를 주로 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보다 업소 단위 손님이 많고, 대량 구매 시 가격 협상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단 일반 소비자가 초록색 간판 가게를 방문할 때는 주의할 점도 있다. 도매 성격이 강하다 보니 일반 소매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손질이나 포장 서비스가 제한적이다. 영업시간이 짧아 오후 늦게 방문하면 문이 닫혀 있는 경우도 흔하다. 일부 점포는 오전에 도매를 하고 오후에는 소매 판매를 병행하기도 하며, 이 경우 일반 소비자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생선을 구입할 수 있다.

가격 면에서 초록색 간판 점포는 확실한 경쟁력을 갖는 경우가 많다. 활어를 취급하는 가게에 비해 20~40% 정도 저렴한 가격에 같은 어종을 구입할 수 있다. 신선한 선어를 활용해 회나 구이, 조림용으로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실속 있는 선택지다. 시장 내 일부 도매점은 회용 선어를 별도로 관리하며, 활어에 비해 식감은 부드럽지만 풍미가 깊은 선어회로 판매하기도 한다.

노량진수산시장 풍경. 자료사진. / 뉴스1
노량진수산시장 풍경. 자료사진. / 뉴스1

반면 파란색 간판은 활어를 중심으로 업체들인데, 소매 전문점이 주를 이룬다. 파란색 간판이 붙은 가게들은 수족관 안에 도미, 광어, 우럭, 방어, 농어 같은 생선을 살아 있는 상태로 보관하며 판매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어종을 고르면 즉석에서 손질해 회로 제공하거나, 구이용·조림용으로 포장해 준다. 신선한 회를 바로 즐기려는 방문객들은 대부분 이 파란색 구역을 찾는다.

파란색 간판 가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영업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문을 열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정상 영업을 한다. 관광객이나 가족 단위 손님이 저녁 시간에 많이 찾기 때문에, 노량진수산시장의 활기를 책임지는 구역이기도 하다. 활어를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인건비, 손질 서비스가 포함돼 있어 가격은 도매보다 다소 높지만, 신선도와 편의성 면에서는 압도적이다. 활어회 특유의 탱글한 식감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주로 파란색 간판을 찾는다.

초록색과 파란색 외에도 시장에는 다양한 색상의 간판이 존재한다. 진분홍색 간판은 냉동 수산물을 취급하는 점포로, 냉동 참치나 오징어, 새우, 조개류 등을 전문으로 판매한다. 주황색 간판은 전복, 굴, 홍합, 가리비, 키조개 등 껍데기가 있는 패류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곳에 붙는다. 빨간색 간판은 장어, 꼼장어, 곰장어 등 특수 어류를 취급하는 점포를 나타낸다. 일부 빨간색 간판 가게는 손질과 즉석 구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초록색과 파란색 간판은 단순한 미관상의 구분이 아니라, 시장 유통 구조를 명확히 시각화한 체계다. 이 구분 덕분에 소비자는 자신이 어떤 목적의 구매를 하려는지에 따라 효율적으로 동선을 정할 수 있다.

유튜브, 맛집교과서 먹선생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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