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전 김민재 치명적 실수 저지르자…홍명보 감독은 ‘이 한마디’ 남겼다
2025-10-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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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클래스 브라질에 무너진 한국의 수비망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침묵에 잠겼다. 지난 10일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세계 최강 브라질에 0 대 5로 완패했다. 전반 두 골, 후반 세 골을 내주며 무기력하게 무너진 경기였다. 그동안 북중미 원정에서 미국을 2 대 0으로 이기고 멕시코와 2 대 2로 비기며 상승세를 탔던 홍명보호였지만, 남미 챔피언을 상대로는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그 중심에는 대표팀 수비 핵심 김민재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는 전반전까지만 해도 수비 라인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팀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전반 23분에는 빠른 발로 비니시우스의 역습을 절묘한 태클로 차단해 관중석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 맨유 소속 공격수 마테우스 쿠냐를 막는 과정에서 경고를 받았지만, 그만큼 적극적인 수비로 버텼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균열이 생겼다. 후반 2분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은 장면이 나왔다. 김민재는 수비수 김주성(히로시마)의 백패스를 페널티박스 안에서 받았다. 순간적인 판단 착오가 문제였다. 김민재는 압박하던 브라질 공격수 이스테방을 의식하지 못한 채 다시 김주성에게 되돌리려 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이스테방이 빠르게 볼을 가로챘고, 그대로 골문 앞으로 달려가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민재의 한 순간 실수에서 비롯된 실점이었다.
브라질은 이 골로 완전히 흐름을 장악했고, 이후 네이마르와 비니시우스를 중심으로 공세를 퍼부으며 한국 수비를 무너뜨렸다. 김민재는 평소처럼 강한 집중력과 리더십을 보여주려 했지만, 실점 이후 흔들린 팀 조직을 끝내 정비하지 못했다.

경기 종료 이후 김민재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강팀 상대로 모든 선수들이 경험을 했다. 실수를 해서 골을 먹었고, 실력 차이로 골을 먹은 것도 있었다. 이번 경기는 잊고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담담했지만, 속내는 무겁게 담긴 말이었다.
그는 후반에 팀이 급격히 무너진 이유에 대해 “전반에는 브라질이 압박을 강하게 하지 않았는데, 후반부터는 압박 강도가 확실히 달라졌다. 우리보다 강팀이다 보니 집중력이 조금 떨어졌던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이날 실험적으로 가동된 스리백 전술에 대해 “장단점이 분명히 있다. 강팀을 상대로 수적 우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아직 완전히 익숙하지 않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김민재의 실수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홍 감독은 단호하면서도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 홍 감독은 “선수의 실수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김민재가 다음 경기에서는 실수를 안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 경험을 통해 팀 전체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깨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개인적인 실수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강조하며 “오늘은 축구에서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실점 장면이 나왔다. 개인 실수도 있었고, 상대가 잘해서 만든 패싱플레이도 있었으며, 카운터어택으로 허용한 실점도 있었다. 이런 장면들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고쳐야 할지 분명히 알게 됐다”고 했다.
김민재의 실수는 세계적인 공격진을 상대할 때 한순간의 방심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그러나 홍 감독은 실수를 겪지 않고는 발전할 수 없다며 선수들을 감싸 안았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14일 파라과이와 다시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