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서 목격담 속출...3년 새 민원 2배 폭증한 ‘혐오 동물’ 정체
2025-10-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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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쥐, 급증하는 불안감의 비밀
기후 변화가 불러온 도시 생태계의 변화
서울 한복판에서 ‘그들’의 출몰이 심상치 않다. 밤길을 걷다 갑자기 쓰레기봉투 속에서 튀어나오거나, 지하철 환기구와 하수도 주변을 질주하는 이 존재들. 바로 도시의 대표적 ‘혐오 동물’로 꼽히는 쥐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 시민의 ‘쥐 목격’ 민원이 급증하면서, 도시 환경의 위생 문제와 기후 변화의 영향이 동시에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시 내에서 접수된 쥐 출몰·목격 민원은 총 9280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279건, 2021년 1,043건이었던 민원 건수는 2022년 1,336건, 2023년 1,886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7월까지만 1,555건이 접수돼 이미 지난해의 71% 수준을 기록했다.
불과 3년 새 민원 건수가 두 배로 폭증한 셈이다.
특히 2024년 한 해 동안만 2,181건이 접수돼, 최근 들어 ‘도심 속 쥐 목격담’이 사실상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원이 가장 많이 접수된 지역은 강남구, 마포구, 관악구 순이었다. 주거지와 상업시설, 음식점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쥐 출몰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김 의원은 “기후 변화로 인해 도심 내 쥐 서식 환경이 급변하면서 개체 수가 늘고 있다”며 “쥐는 감염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시환경 관리 체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혐오 동물’로 불리는 이유…도심 생태의 그림자
쥐가 ‘혐오 동물’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외형 때문만이 아니다. 이들은 살모넬라균, 렙토스피라균, 한탄바이러스 등 50여 종 이상의 병원체를 옮길 수 있는 대표적 감염병 매개체로 꼽힌다.
또한, 식품 창고나 음식점 배수구 등 위생 취약 지역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 ‘불결함’과 ‘질병’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서울시는 과거 하수구 및 쓰레기 수거망 정비, 독극물 살포, 덫 포획 등으로 쥐 개체 수를 통제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기후 변화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평균 기온 상승으로 겨울철 생존율이 높아지고, 사계절 내내 음식물이 풍부한 도시 환경이 쥐의 서식지로 최적화되고 있는 것이다.
쥐는 전 세계 도시에서 인류와 공존해 온 대표적 ‘도시 생물’이다. 그러나 인간의 편의와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이들은 점차 ‘혐오’의 대상이자 생태 경고등이 되어가고 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목격담이 이어지는 지금, 쥐의 등장은 단순한 불쾌함을 넘어 도시의 위생 수준과 기후 대응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