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프냐면…” 김우빈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암의 고통
2025-10-1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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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의 고통, 그리고 성장의 순간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 암 투병기
배우 김우빈이 오랜만에 자신의 투병기를 고백하며 삶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최근 유튜브 콘텐츠 ‘요정재형’에 출연한 그는 데뷔 시절부터 배우로서의 여정, 그리고 비인두암 판정 이후의 삶까지 솔직하게 풀어냈다. 2008년 모델로 데뷔한 김우빈은 “배우는 안 하겠다”던 과거를 떠올리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연기의 매력을 느끼고 ‘화이트 크리스마스’, ‘학교 2013’, ‘상속자들’ 등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에게 찾아온 병은 예고 없이 찾아온 시련이었다. 김우빈은 희귀암의 일종인 비인두암 진단을 받았고, 당시 출연 예정이던 영화에서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하늘이 주신 휴가라고 생각했다”며 담담히 말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시간조차 “결국 나에게 좋은 선물이 됐다”고 말하는 그의 태도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 비인두암, 코와 목 사이의 깊은 곳에서 시작되는 희귀암
비인두암은 코의 뒤쪽, 목의 윗부분인 ‘비인두’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전체 두경부암의 약 5%를 차지할 만큼 드물고,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이 늦어지기 쉽다. 주로 30~50대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김우빈처럼 젊은 나이에 진단받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감염,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염장식이나 훈제식품처럼 니트로사민 화합물이 포함된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것도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지만, 진행 속도는 빠르다
비인두암은 초기에 코막힘이나 콧물, 귀 먹먹함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대부분 감기나 중이염으로 오인해 병원을 늦게 찾는다. 암이 진행되면 귀나 얼굴에 통증이 생기고, 코피가 잦아지며, 한쪽 귀의 청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종양이 커지면 목 림프절로 전이돼 멍울이 잡히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두통과 안면 신경 마비 증상을 호소하며, 심하면 시야가 흐려지거나 안구 움직임이 제한되기도 한다. 김우빈은 당시 병의 진행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을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이는 비인두 부위가 신경이 밀집된 곳이기 때문에 통증이 쉽게 퍼지고, 삼킴이나 호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치료 과정은 길고, 체력 소모가 크다
비인두암 치료의 기본은 방사선 치료와 항암 화학요법의 병행이다. 비인두는 수술이 어려운 부위이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는 입안 건조, 미각 저하, 삼킴 곤란, 피로감 등 부작용이 많다. 항암제는 전신에 영향을 미쳐 체중 감소와 근육 손실을 유발하기도 한다. 김우빈 역시 투병 기간 동안 체력 저하와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예전엔 3시간 자면 운동을 했는데, 이제는 그 시간을 온전히 쉰다”며 자신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이처럼 치료 후 회복기에는 면역력 회복과 근육 재생이 가장 중요하다.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무리하지 않는 가벼운 근력 운동을 통해 체력을 서서히 되찾는 것이 필요하다.
◆ 통증의 기억이 사라지는 이유
김우빈이 “통증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암 치료 과정에서 겪는 통증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동반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극심한 통증의 기억을 점차 희미하게 만든다. 이를 ‘기억 소거 현상’이라 부르는데, 이는 뇌가 자신을 보호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실제로 암 환자들 중 일부는 투병 후 통증보다는 주변의 사랑, 자신에 대한 성찰 등 긍정적 경험을 더 강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김우빈 역시 “좋은 것만 남았다. 내가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고 말하며 삶에 대한 태도를 새롭게 정의했다.

◆ 조기 발견이 생존율을 결정한다
비인두암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완치율이 90%에 달한다. 그러나 증상이 모호해 진단 시기가 늦어지면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지속적인 코막힘, 한쪽 귀의 청력 저하, 얼굴의 무감각, 목의 멍울 등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또한 가족력이나 바이러스 감염 이력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권장한다.
김우빈은 투병 후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를 통해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과 만났다. 그는 “그 시절은 내 인생에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의 담담한 고백은 병을 이겨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무게를 담고 있었다.
김우빈의 이야기는 비인두암이라는 희귀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오늘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