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도 탔던 '이 국산차'… 17년만에 작별 인사 전한다
2025-10-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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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쏘울, 3세대 모델을 끝으로 북미에서도 단종 수순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며 국내에 ‘박스카’ 장르를 알렸던 기아 쏘울이 북미 시장에서도 단종되며 17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국내에서는 2021년 판매 부진을 이유로 이미 판매가 중단된 바 있다.
◆ 독특한 스타일링이 매력으로… 닛산 큐브를 무너뜨린 장본인

쏘울은 2008년 각진 실루엣과 짧은 오버행, 높은 루프라인을 가진 박스카로 태어났다. 기아 미국 디자인팀이 개발할 당시 "등에 가방을 멘 맷돼지(boar with a backpack)"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으며, 처음에는 양산 계획 없이 콘셉트카로 발표됐지만 디자인에 대한 반응이 좋아 생산까지 이어졌다. 당시 국내에서는 닛산 큐브가 키치한 디자인으로 높은 인기를 얻으며 직수입됐는데, 쏘울이 출시되자 국내 박스카 시장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후 2011년에는 경형 박스카인 레이가 출시되기도 했다.
북미 시장에는 이미 토요타의 미국 전용 브랜드였던 사이언의 Xb, 닛산의 큐브 등이 박스카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9년 등장한 쏘울이 박스카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으며 사이언 Xb는 2015년, 닛산 큐브는 2019년 단종됐다. 특히 2세대 쏘울은 미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가 선정한 '10Best'에 이름을 올리며 디자인과 상품성을 동시에 인정 받았다.

광고 전략 역시 쏘울의 성공에 결정적이었다. 2010년대 초반 LMFAO의 'Party Rock Anthem'과 Black Sheep의 'The Choice yours'에 맞춰 쏘울 안에서 춤 추는 햄스터들이 미국의 젊은 소비자층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광고의 인기로 쏘울은 단순한 차량이 아닌 '유쾌한 캐릭터를 가진 차'로 각인됐으며, 이 캠페인을 통해 기아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아지게 됐다.
에릭 왓슨(Eric Watson) 기아 아메리카 세일즈 부문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소울은 기아가 미국 시장에 뿌리 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이 독창적인 차량과 광고 캠페인이 오늘날 기아의 성장 기반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쏘울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시 의전용 차량으로 채택되는 등 대중의 큰 관심을 얻었다. 하지만 2세대 모델이 판매되던 시기부터 티볼리, QM3, 트랙스, 코나 등 소형 SUV가 잇따라 출시되며 판매량이 점차 감소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2세대와 3세대는 전기차 모델도 판매를 했지만, 당시는 전기차 수요가 크지 않았고, 그나마도 코나 일렉트릭 등 SUV 모델에 인기가 밀리게 된다. 결국 국내시장에서 쏘울은 3세대 모델 출시 2년만인 2021년 단종된다.
북미 시장에서 전성기는 2010년대 중반이었다. 2015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약 15만 대가 판매되며 최고점을 찍었지만, 북미 역시 SUV 시장이 커지고 세단형 크로스오버가 대세가 되면서 꾸준한 판매량 하락세를 보였다. 2024년 미국 내 판매량은 5만 2397대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으며, 2025년 3분기 기준 누적 4만여 대가 판매됐다.

그럼에도 쏘울은 2024년 기준 북미 시장에서 니로보다 많이 판매됐고, 셀토스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전동화 모델 확대화 라인업 조정으로 인해 기아는 쏘울의 단종을 결정했다. 기아는 "쏘울의 역할은 충분히 다 했다"며 "브랜드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전동화 제품군 확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쏘울은 기아 광주 공장에서 생산됐으며, 쏘울 생산이 종료된 라인에서는 전기차 모델인 EV5가 생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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