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맞고 암 걸렸다" 논란 커지자 질병청이 내놓은 '공식 답변'

2025-10-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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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과 암, 과학적 근거는 있을까?

최근 일부 의료진의 연구 결과가 ‘코로나19 백신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란을 일으키면서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과학적으로 인과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 백신과 암의 인과관계 “증거 부족”

질병관리청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암 발병의 원인을 규명하려면 보통 수년 이상 장기 관찰이 필요하다”며 “백신 접종 후 1년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암 발생을 논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연구는 표본 구성과 관찰 기간 등에서 여러 한계가 있어 학계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또한 “코로나19 백신은 지난 몇 년간 중증화와 사망 위험을 현저히 낮춘 것으로 입증됐다”며 “2024~2025절기 이상 사례도 10만 명당 5건 수준으로 줄었고, 대부분 경미한 증상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여전히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청 고재영 대변인은 “오는 15일부터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한다”며 “두 백신을 함께 맞아도 이상 반응이 특별히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안내해 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백신 피해자 유가족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피해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이 재적 300인, 재석 265인, 찬성 263인, 반대 0인, 기권 2인으로 통과되자 오열하고 있다. / 뉴스1
코로나19백신 피해자 유가족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피해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이 재적 300인, 재석 265인, 찬성 263인, 반대 0인, 기권 2인으로 통과되자 오열하고 있다. / 뉴스1

◆ 논란의 연구, 어떤 내용이었나

이번 논란은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서 비롯됐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약 840만 명의 백신 접종 이력과 암 발생 여부를 분석했다. 백신의 종류, 성별, 연령 등을 보정해 접종자와 비접종자의 차이를 비교한 결과, 백신 접종 후 1년 이내 주요 암의 발생률이 일부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전립선암과 폐암의 위험이 각각 69%, 53% 높게 관찰됐고, 위암·대장암·유방암 등도 증가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는 백신과 암 발생의 관련성을 ‘제안’하는 수준일 뿐, 인과 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고 명시했다. 단기간의 관찰로는 우연적 상관관계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내외 학계에서도 연구의 신뢰성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 설계 과정에서 접종군과 비접종군의 생활 습관, 기저질환, 건강 상태 등이 균형 있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관리에 적극적인 사람이 백신을 맞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단순 비교만으로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광주 북구보건소 접종실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 뉴스1
광주 북구보건소 접종실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 뉴스1

◆ 전문가 “백신보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암 위험 높여”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암 발병의 진짜 원인’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은 단일 요인보다는 오랜 생활습관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질환”이라며 “면역체계가 무너질 정도의 과로와 스트레스가 오히려 더 큰 위험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수면 부족과 만성 스트레스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또한 장시간 근무나 불규칙한 식사, 운동 부족 등은 체내 염증 반응을 높이고 호르몬 균형을 깨뜨려 암 발생 위험을 키운다. 특히 현대인의 ‘만성 피로 상태’는 면역력 저하뿐 아니라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세포 손상을 일으킨다.

즉, 백신 접종보다는 ‘생활 습관’이 암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루 7시간 이상 숙면,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채소와 과일 중심의 식단, 스트레스 조절이 암 예방의 기본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며 오열하고 있다. / 뉴스1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며 오열하고 있다. / 뉴스1

◆ 불안보다 과학, 음모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질병청은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과 암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보다는 백신을 맞지 않아 코로나19 중증으로 악화되거나 사망할 위험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접종 이후 중증 환자 비율은 대폭 감소했고, 고위험군에서 생명을 구한 사례가 수없이 보고됐다.

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백신이 암을 일으킨다’는 식의 자극적인 내용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 검증 없이 단편적 연구 결과만 인용한 것으로, 정확한 정보보다 불안을 조장하는 측면이 크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데이터로 장기 질환의 원인을 단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 대신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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