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사망한 환경미화원, 뇌출혈로 밝혀졌지만 '산재' 인정 못 받은 이유

2025-10-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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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흡연 이력 있다면 업무 관련성 인정 어려워

직장에서 뇌출혈로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오랜 기간의 음주와 흡연 이력이 있다면 산업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업무상 질병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재판장 김국현)는 환경미화원 고(故) 오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07년부터 환경미화원으로 일해온 오씨는 2020년 7월 새벽 휴게실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으로 ‘뇌내출혈’이 기재됐다.

유족은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가 사망의 원인이라며 산업재해를 주장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씨의 발병 전 업무시간이 36~38시간 수준으로 특별히 과중한 근무환경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음주·흡연 등 개인 요인, 뇌출혈 발병에 영향”

법원은 오씨의 개인적 건강 상태가 뇌출혈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인은 오랜 기간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앓아왔으며, 음주와 흡연 습관이 뇌출혈 발병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오씨는 일주일에 4~7일, 하루 평균 소주 1~8병을 마셨고, 35년 이상 하루 15개비의 담배를 피웠다. 의학 감정인은 “이러한 음주력과 흡연력을 고려하면 업무와 무관하게 자연 경과적으로 뇌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고인은 2011년부터 고혈압 및 이상지질혈증 의심 소견이 지속적으로 확인됐다”며 “이 질환들과 흡연, 음주는 모두 뇌내출혈의 대표적인 위험 인자”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사망 원인을 개인의 건강상 요인으로 보고, 업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뇌출혈은 왜 생기나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져 출혈이 생기면서 뇌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뇌졸중의 한 형태로, 전체 뇌졸중 중 약 15~20%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원인은 고혈압이다. 혈압이 높으면 뇌혈관 벽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져 점차 약해지고, 결국 파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외에도 흡연, 과도한 음주,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은 혈관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고혈압을 앓으면서 술·담배를 병행할 경우, 혈관 손상이 가속화되어 젊은 연령에서도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Radiological imaging-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Radiological imaging-shutterstock.com

◆ 증상 나타나면 즉시 응급조치 필요

뇌출혈은 발병 순간부터 생명에 큰 위협을 주는 응급질환이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으로는 갑작스러운 극심한 두통, 어지럼증, 구토, 언어 장애, 한쪽 팔이나 다리의 마비 등이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며, 지체하면 생명을 잃거나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출혈로 인한 뇌압 상승이 빠르게 진행되므로, 증상 발생 후 1시간 이내 치료 여부가 예후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또한 “특히 평소 혈압이 높은 사람은 작은 어지럼이나 시야 흐림도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 고혈압 관리가 가장 중요

뇌출혈 예방의 핵심은 고혈압 관리다. 꾸준한 혈압 측정과 약물 복용, 저염식 식단이 기본이다. 식사 시 나트륨을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흡연은 혈관 수축을 유발하고 혈류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뇌출혈 위험을 크게 높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음주는 일시적으로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소판 기능을 저하시켜 출혈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하루 한두 잔이라도 장기적으로는 혈관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절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절한 운동 역시 예방에 도움이 된다. 주 3~5회, 30분 이상 걷기나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은 혈압을 안정시키고 혈관 탄력을 높여준다. 단, 이미 고혈압이 있거나 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격한 운동보다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 생활습관 변화가 생명을 지킨다

의학계는 뇌출혈이 갑자기 찾아오는 병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랜 생활습관이 만든 결과라고 말한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혈압 관리, 금연·절주만으로도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관계자는 “뇌출혈 환자의 상당수가 오랜 기간 혈압을 방치하거나 흡연·음주를 지속한 경우”라며 “작은 습관 변화가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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