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의원, 지방의회 ‘정책지원관’ 절반이 갑질 피해…대책은 ‘침묵’뿐
2025-10-1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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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좌 아닌 사적 업무”…의원 위주의 운영구조 문제
계약 연장 눈치에 신고 꺼려…“전수조사·권익보호 장치 필요”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지방의회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도입된 ‘정책지원관’ 제도가 의원 사적 업무까지 떠안는 구조로 전락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갑질을 경험한 이들이 절반을 넘었지만 문제를 제기한 비율은 10%에도 못 미쳐,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13일 국정감사에서 “전국 지방의회 정책지원관 2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1%가 의회 내 갑질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정책지원관은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지방의회의 정책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전문인력이다. 그러나 조사에 따르면, 지원관들은 의원 자녀의 등하굣길 운전, 대학 과제 대리 수행, 회식 접대, 심지어 성희롱·성추행 피해까지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갑질 주체는 의원(76.4%)과 일반직 공무원(60.8%)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피해 경험이 있어도 문제를 제기한 비율은 9.7%에 불과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 지원관은 “사실상 계약 연장을 볼모로 갑질을 감내하고 있다”며 구조적 문제를 호소했다.
행정안전부는 정책지원관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지만, 60.8%는 “실제 업무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용 의원은 “업무 외 사적 지시는 근절돼야 하며, 가이드라인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실질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근무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는 계약기간(51%)과 조직문화(44.1%)가 주로 꼽혔다. 용 의원은 “지원관들이 구조적 고립 속에 침묵을 강요당하는 현실이 반복된다면, 의회 전문화란 구호는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보완하겠다며 출범한 정책지원관 제도가, 오히려 불공정 노동과 갑질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현실은 제도의 근본 목적을 무색케 한다. 익명조차 조심스러운 환경에서 정책지원관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전수조사와 신고체계 마련 등 실질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