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먹는 건데...11월에 나와 ‘겨울 제철’ 된 뜻밖의 신품종 ‘국민 과일’
2025-10-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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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부터 11월 초에 출하되는 극만생종
복숭아는 여름의 상징 같은 과일이다. 하지만 전북 순창에서는 첫눈이 내릴 즈음, 즉 늦가을부터 겨울 초입까지 수확이 한창이다. 이름부터 이색적인 ‘설리(雪里) 복숭아’, 일명 ‘눈꽃 복숭아’가 그 주인공이다. 여름 과일의 대명사로 불리는 복숭아가 11월 제철 과일로 등극하면서 전국 소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4일 농민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북 순창 구림농협(조합장 김순용)은 극만생종 복숭아의 대표 산지로 자리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설리 복숭아는 이름처럼 ‘첫눈 속의 복숭아’라는 뜻을 지닌 극만생종 품종으로, 수확 시기가 10월 중순에서 11월 초로 일반 복숭아보다 약 100일 정도 늦다. 늦게 열리지만 맛은 오히려 더 깊고 진하다. 일반 복숭아의 평균 당도가 10브릭스(Brix) 수준인 데 비해, 설리 복숭아는 평균 15브릭스, 높게는 23브릭스까지 올라간다.
이 복숭아를 국내 최초로 조직화해 브랜드로 키운 곳이 바로 구림농협이다. 순창군은 2017년부터 중국산 극만생종 복숭아 묘목을 보급하며 새로운 소득작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생소한 품종이라 참여 농가가 많지 않았다. 일반 복숭아보다 재배 기간이 길고 관리가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이 뜨겁고, 가격 경쟁력도 높아지면서 재배 농가가 빠르게 늘었다. 현재는 구림면을 중심으로 약 145농가가 재배하고 있다.
김순용 조합장은 “과거 소득작물로 인기를 끌던 품목들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물량이 적어 높은 가격에 판매되지만 점차 물량이 많아지면 농가들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농가수가 많지 않은 초기부터 농협이 나서 체계적으로 브랜드를 육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매체에 말했다. 구림농협은 지난 2003년 공동선별출하회를 출범시켰고, 전문 컨설팅을 거쳐 ‘설리 복숭아’를 ‘눈꽃 복숭아’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브랜드화했다.
1만 3000㎡ 규모로 복숭아를 재배 중인 권영완 씨(53)는 “지난해부터 제대로 수확했는데 여러 품종을 심는 일반 복숭아 농장과 달리 (눈꽃 복숭아) 단일 품종이라 수확철에 일이 몰린다”면서 "올해로 5년 차라 수확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데 농협이 선별부터 판매까지 도맡아 해주니 걱정없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처음 13농가로 시작한 구림농협의 공선회(공동선별출하회)는 현재 79농가로 늘었으며, 이는 순창군 전체 재배 농가의 절반 이상이다. 지난해에는 18농가가 약 14톤을 출하했지만 올해는 41농가가 30톤을 출하할 예정이다. 구림농협은 2~3년 내 생산량이 60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맞춰 구림농협은 지난해 복숭아 전용 선별장을 신축하고, 농협 공판장과 대형마트(하나로마트·롯데마트) 등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했다. 올해는 전북농협본부의 지원으로 카카오메이커스 예약 판매를 시작해 온라인 판로까지 넓혔다. 또한 농촌진흥청과 협력해 수확 후 관리기술 컨설팅도 진행 중이다. 눈 복숭아는 출하 기간이 약 3주로 짧은데, 저장 기간을 2~3주 연장하면 출하 시기를 분산시켜 농가 소득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순용 조합장은 "아직 극만생종 복숭아를 맛보지 못한 소비자가 많은데 앞으로 소비자들이 ‘겨울 복숭아’하면 순창 ‘눈꽃 복숭아’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복숭아는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과육 덕분에 오랜 세월 국민 과일로 사랑받아왔다. 비타민 A와 C, 유기산, 식이섬유가 풍부해 면역력 강화와 소화 촉진, 피부 건강에 도움을 주며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도 다량 함유돼 있다.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던 복숭아가 이제는 겨울철에도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과일로 재탄생한 셈이다.
짧은 수확 기간, 아삭한 식감, 높은 당도, 그리고 ‘겨울 복숭아’라는 희소한 계절감. 순창 구림농협의 눈꽃 복숭아는 계절의 상식을 뒤집으며 새로운 제철 복숭아의 장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