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약'으로 통하는 인데놀, 잘못 먹으면 오히려 시험 망친다 (+이유)
2025-10-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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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한 달 앞, ‘수능 약’ 찾는 청소년들… 불안감이 부른 약물 의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불안감을 줄이거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의약품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14일 동아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일부 수험생 사이에서는 ‘수능 약’ ‘면접 약’으로 불리는 심혈관 질환 치료제 인데놀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불안 완화제처럼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해진 용법을 따르지 않고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 불안 줄이려다 오히려 집중력 떨어져
인데놀은 원래 고혈압과 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다. 심장 박동수를 낮추고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발표나 면접을 앞둔 사람들 사이에서 ‘몸 떨림을 막아주는 약’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질환 치료 목적에 한정된 것이며, 정상적인 신체 상태에서 복용할 경우 오히려 졸음이나 무기력, 저혈압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 10대 처방 급증… ‘약물 도움’ 찾는 학생들 늘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0~19세 소아·청소년에게 처방된 인데놀은 총 170만 건을 넘어섰다. 2020년 20만 건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36만 건을 넘기며 1.4배 증가했고, 올해 8월까지 이미 24만 건 이상이 처방됐다. 수능 시즌이 다가올수록 청소년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ADHD 치료제 처방도 마찬가지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대식 의원 자료에 따르면, 5~19세 청소년 가운데 ADHD 약을 처방받은 인원은 2020년 4만7000여 명에서 지난해 12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 강남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시험이 가까워지면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며 병원을 찾는 학부모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약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거나 “남은 약을 판매한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와 관리 부실 문제도 지적된다.
◆ 안전성 불확실한 약물, 부작용 보고 이어져
인데놀은 법적으로 청소년 처방이 금지된 약은 아니지만, 제조사 제품설명서에는 ‘만 19세 미만에게는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인데놀 성분인 프로프라놀롤 복용 후 보고된 이상 사례는 1100건이 넘는다. 어지럼, 두통, 졸림, 저혈압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ADHD 치료제 또한 식욕 저하, 불면, 구토 등 부작용 사례가 꾸준히 보고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부작용 보고 278건 중 절반 이상이 19세 미만 청소년이었다. 하지만 일부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작용이 크지 않다”며 쉽게 처방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품설명서의 정보는 참고 기준이며, 실제 처방 여부는 의사의 임상 판단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 “수능 불안, 약보다 상담과 휴식이 먼저”
전문가들은 수험생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약물에 의존하는 현상에 우려를 표한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이해국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안을 줄이기 위해 약을 복용하는 것은 일시적 위안에 불과하며, 환자가 아닌 경우 효과도 거의 없다”며 “청소년들이 성과 중심의 압박감 속에서 약물에 의존하지 않도록 심리적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험 불안은 단순히 긴장으로 인한 일시적 반응일 때가 많다. 전문가들은 평소 불안이 심한 학생이라면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가벼운 운동, 호흡 조절법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또 시험 전날에는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기보다 익숙한 문제를 풀며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 약보다 필요한 건 ‘마음의 균형’
수능을 앞둔 청소년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그러나 불안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해법이 약물로 향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선택이다. 약은 병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이지, 긴장을 없애는 도구가 아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수능. 지금 수험생에게 필요한 것은 약이 아니라 휴식과 마음의 안정이다. 부모와 교사, 사회가 청소년의 부담을 조금 덜어줄 수 있다면, 그들이 약에 기대지 않아도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