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학교나 학원 주변의 편의점에서는... 서울시, 작정했다
2025-10-1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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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당·고나트륨 식품, 학생 눈에 안 띄는 곳으로?

학교 인근에 있는 서울 편의점들의 매대 풍경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학교와 학원 주변 편의점에서 고당·고나트륨 식품을 어린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로 옮기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16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우리아이 건강키움존’ 운영을 위한 실무 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학교와 학원 인근 편의점, 식품 판매점에서 고열량 제품을 진열대 하단이나 상단으로 옮기고, 대신 ‘나트륨·당류 저감 표시’가 붙은 김밥이나 주먹밥 등을 눈에 띄는 위치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또한 시는 가공식품 포장지에 있는 ‘나트륨’과 ‘당류’ 표시에 색상을 넣어 함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덜 짠’, ‘덜 단’ 등의 문구를 사용하려면 시중 유통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보다 10% 이상 낮거나, 동일 제조사의 유사 제품보다 25% 이상 나트륨 또는 당류 함량을 줄여야 한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편의점 업계와 전문가 논의를 거쳐 구체적 운영 방침을 확정한 뒤, 내년 3월부터 학교와 학원가 인근 식품 판매점 30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어린이·청소년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6~11세 2539mg, △12~18세 2950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2000mg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류 과다 섭취 문제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WHO는 하루 섭취 열량 중 당류 비중을 10% 이하로 권고하지만, 여성의 경우 △6~11세 10.2%, △12~18세 11.1%, △19~29세 10.5%로 기준을 초과했다. 반면 남성은 전 연령대에서 10% 미만으로 조사됐다.
‘건강키움존’ 사업은 지난 7월 노년내과 전문의인 정희원 건강총괄관 부임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정 총괄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소아·청소년의 당분과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려 한다. 아이들 눈높이보다 훨씬 높은 곳, 손이 안 닿는 곳에 진열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정 총괄관 부임 후 도시디자인, 운동시설, 외식업소 등을 아우르는 ‘더 건강한 서울 9988’ 계획을 내놨다. 시는 생활 체육 인프라를 확충하고, 외식이나 배달 시에도 흰쌀밥 대신 통곡물·잡곡밥을 선택할 수 있는 식당을 늘려 ‘혈당 스파이크’를 방지하는 등 종합적인 건강 대책을 추진 중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편의점에는 서울시 인증 마크가 부착된다. 시는 내년 말까지 시범 운영을 진행한 뒤, 사업 성과를 평가해 전국 확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상품 진열 위치는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마케팅 요소인 만큼 업계의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재정 지원 없이 민간의 자율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골든존’(진열대 중 가장 잘 보이는 위치)을 활용한 진열은 오프라인 유통의 핵심 판매 전략”이라며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면 매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시민 건강을 증진하고, 장기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뉴스1에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건강은 사회의 핵심 가치로 자리잡았다”며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편의점 업계의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ESG 활동의 하나로 사회적 공감대를 얻자고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