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급 산불로 사라질 줄 알았는데... 보물 같은 귀한 식재료, 대박 터졌다

2025-10-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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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에 가까운 날씨가 되살린 '가을산의 보물'

송이버섯 채취 모습. / MBC
송이버섯 채취 모습. / MBC
대형 산불로 타버린 '송이 산'에서 예상 밖의 풍작이 이뤄지고 있다. 재앙이 축복으로 바뀐 가을, 영덕의 소나무 숲에서 벌어진 반전의 현장을 MBC가 최근 소개했다.

국내 최대 송이 산지인 경북 영덕군의 야산. 소나무 아래를 따라 가을 진미 송이가 귀한 자태를 뽐내며 잇따라 솟아오르고 있다. 방송에 따르면 최근 잦은 비에 선선한 날씨까지 계속되면서 한 차례 채취한 곳에서도 금세 다시 송이가 올라오고 있다.

송이버섯. / MBC
송이버섯. / MBC

백창호 영덕군 남정면 사암2리 이장은 방송에 "송이 상태는 올해 아주 양호하다. 작년에는 많이 파먹고 벌레가 많이 달려들었는데 비가 늦게 좀 와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초 대형 산불은 영덕국 송이 산의 60%를 삼켰다. 당초 송이 구경이 힘들 거란 우려가 컸다. 실제로 산불 피해 직후 지역 농가들은 올해 송이 수확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였다. 60%에 달하는 송이 산지가 불에 탄 데다 남은 40%의 산지마저 산불 여파로 생육 환경이 악화됐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송이를 되살린 건 이례적인 가을비였다. 추석 때는 비가 잘 오지 않지만 이번 비가 토양 온도를 송이 생육에 최적인 20도 안팎으로 유지시켰다. 여기에 일교차가 큰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송이 생육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 적절한 습도와 온도가 맞물리면서 산불을 피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예년보다 더 많은 송이가 발생하는 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영덕군 영덕읍 주민 김종욱 씨는 "송이가 불이 난 곳은 안 나지만 불이 나지 않은 곳은 작년의 배로 나온다. 송이 재질도 좋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영덕에서 채취된 송이는 크기도 크고 벌레 피해도 적어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이버섯 채취 모습. / MBC
송이버섯 채취 모습. / MBC

남은 생산 기간 날씨만 받쳐주면 지난해 생산량(15톤)도 넘어설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양성학 영덕군산림조합 조합장은 "지금 남아 있는 40%의 산에서 송이를 생산하고 있는데 작년 영덕군의 전체 생산량만큼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불로 절반 이상의 산지를 잃었음에도 남은 산지에서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 생산량 회복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영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송이 생산량이 늘면서 1등급 공판 가격이 지난해보다 낮은 30만~40만 원대로 떨어졌다. 예년 같았으면 50만 원을 훌쩍 넘었을 가격대다. 어느 해보다 송이를 맛보기에 부담이 줄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송이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 부담이 줄어들면서 선물용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직접 요리해 먹으려는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산불 피해로 생산량이 줄어들까 마음이 무거웠던 농가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한 농가 관계자는 MBC에 "산불 이후 올해는 아예 수입을 포기했는데, 뜻밖의 풍작으로 희망을 되찾았다"며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날씨가 계속 좋아준다면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이는 소나무 숲에서 자생하는 버섯이다. 인공 재배가 불가능해 자연산만 채취할 수 있는 귀한 식재료다. 소나무 뿌리와 공생 관계를 맺고 자라는 외생균근균인 송이는 특유의 향과 식감으로 예로부터 최고급 식재료로 꼽혀왔다. 9월부터 10월 사이 짧은 기간에만 채취되는데, 강수량과 온도 등 기후 조건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달라진다.

송이는 맛과 향이 뛰어나 구이나 전골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해 영양학적 가치도 높다. 송이의 독특한 향은 마쓰타케올이라는 성분에서 나온다. 이 향은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돕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송이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영덕은 국내 송이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송이 산지다. 청정 자연환경과 소나무 숲이 잘 보존돼 양질의 송이가 생산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풍작으로 산불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영덕 송이 산지의 회복력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불 피해를 송이버섯 산지에서 송이버섯이 쏟아지고 있다고 MBC가 보도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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