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피해 한국인들, 선량한 사람만은 아니다' 사실로 드러나

2025-10-1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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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조직 가담 20대 남성 징역형
한인회 부회장 “자비가 없다는 걸 보여줘야”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 및 감금 사건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된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온라인스캠범죄단지인 태자단지 내부. / 뉴스1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 및 감금 사건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된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온라인스캠범죄단지인 태자단지 내부. / 뉴스1

캄보디아에서 활동한 ‘로맨스 스캠’ 범죄조직에 가담해 국내에서 대포통장을 모집한 20대 남성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11단독 전명환 부장판사는 캄보디아 로맨스 스캠(연애나 조건만남을 빙자해 금전을 갈취하는 사기) 조직에 가담해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8)씨와 B(28)씨에게 각각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11일부터 12월 18일까지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사기 조직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인 일명 ‘따거’로부터 지시를 받아 국내에서 세 사람 명의의 토스뱅크 계좌를 대여받은 혐의를 받았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 및 감금 사건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된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온라인스캠범죄단지인 태자단지 내부. / 뉴스1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 및 감금 사건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된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온라인스캠범죄단지인 태자단지 내부. / 뉴스1

같은 기간 B씨는 제주시청 인근에서 “계좌를 빌려주면 출금 100만 원당 3만~5만 원을 주겠다”며 두 명으로부터 토스뱅크 계좌 2개를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이들의 공범들은 캄보디아에서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 피해자 4명에게 “일본 여대생인데 한국에 가면 안내를 해달라”고 접근했다. 이후 “즉석 만남을 하려면 쿠폰 비용을 내야 한다”며 A씨와 B씨가 모집한 대포통장으로 총 4억470여만 원을 송금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부장판사는 “로맨스 스캠 사기는 보이스피싱과 마찬가지로 불특정 다수를 노린 조직적 범죄로, 피해 회복이 어렵고 사회적 폐해가 크다”며 “피고인들이 공탁을 했더라도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회복은 거의 없었고, 피해자들도 엄벌을 탄원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외교부는 캄보디아 당국이 구금 중인 한국인 59명을 본국으로 추방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기술적·행정적 절차가 남아 있어 구체적인 출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이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이 조기 송환을 위해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경찰은 전날 성명을 통해 “캄보디아 당국에 의해 구출됐거나 다른 범죄로 구금된 한국인 59명을 한국 대사관 협조를 받아 본국으로 추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정부는 송환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전세기 투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당초 구금자 63명 가운데 4명은 이미 지난 14일 국적기를 통해 귀국했다. 정부는 이번 주 주말까지 송환 절차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5일 현지에 도착한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한 정부합동대응팀은 캄보디아 당국과 송환 절차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편 캄보디아에서 피해를 당한 한국인들을 마냥 피해자로만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황이다.

캄보디아에서 10년 넘게 선교활동을 이어온 옥해실(55) 캄보디아 한인회 부회장은 전날자 뉴스1 인터뷰에서 "초창기에는 속았다고 하지만 뉴스에서 난리를 쳤는데도 들어오지 않느냐. 왜 선량한 시민이 (범죄를) 당한 것처럼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별다른 자격이나 조건 없이 ‘고수익 보장’ 광고에 이끌려 현지로 온 이들을 단순한 피해자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옥 부회장은 한국인을 노린 취업 사기가 최소 3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가던 2022년 무렵 한국인 학생들이 줄줄이 캄보디아로 향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게 문제없이 지나가진 않을 것 같다'는 이런 이야기가 많았다"며 "이후 강력범죄가 발생하고 사람이 죽고 다치니 어느새 이 문제가 화두가 됐다"고 말했다.

옥 부회장은 "젊은 친구를 구출한 뒤 부모님에게 연락하니 '내놓은 자식이니 알아서 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우리까지 포기할 수 없으니 한국에 돌아가 갚으라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옥 부회장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해외 취업을 빙자한 불법 광고 단속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정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 광고하는지 다 알 수 있다고 본다. 전부 찾아내 확실하게 처벌해야 한다"라며 "여기에서 한 번 걸리면 '자비가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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