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울산 축구장서 목격된 베테랑 선수의 당황스러운 행동... 일파만파

2025-10-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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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골프 세리머니 두고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 분분

이청용이 광주전에서 골을 넣은 후 골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청용이 광주전에서 골을 넣은 후 골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골프채 하나가 유명 감독 커리어를 65일 만에 끝냈다. 그리고 그 논란의 당사자를 향한 골프 스윙 세리머니가 18일 울산문수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주인공은 울산 HD의 베테랑 미드필더 이청용이었다.

울산 HD는 18일 오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3라운드 홈 경기에서 광주FC를 2-0으로 꺾었다. 전반 21분 구스타브 루빅손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추가시간 이청용의 페널티킥 골로 7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울산은 이날 승리로 승점 40점을 쌓아 잔류 마지노선인 9위에 올랐다.

경기 결과보다 더 큰 화제가 된 건 이청용의 세리머니였다. 후반 45분 10초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이청용은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 골프 스윙 동작을 취했다. 클럽을 휘두르고 공이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포즈였다. 세리머니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에도 이청용은 축구공을 들고 관중을 향해 다시 한번 스윙 동작을 펼치며 환하게 웃었다.

이청용 / 뉴스1
이청용 / 뉴스1

팬들은 즉각 이 세리머니의 의미를 알아챘다. 지난 9일 울산에서 경질된 신태용 감독을 저격한 것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8월 김판곤 감독을 대신해 울산의 소방수로 부임했지만 불과 65일 만에 경질됐다. 표면적 이유는 성적 부진이었지만, 경질 전후로 여러 논란이 불거졌다.

가장 큰 논란은 골프채 사진이었다. 신태용 감독의 골프가방이 구단 버스에 실린 사진이 일부 축구 커뮤니티에 유출되면서 원정 경기 중 골프를 즐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사진은 구단 내부자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태용 감독 / 뉴스1
신태용 감독 / 뉴스1

신태용 감독은 골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난 8월 말 FC서울 원정에서 골프가방을 성남 집에 보내려고 구단 버스에 실은 것을 어떤 선수가 사진을 찍어 구단에 제보했다"며 "원정 때마다 골프를 쳤다면 평생 감독을 안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 번 하는 데 6시간이나 걸리는 골프를 원정 경기를 가서 친다는 게 말도 안 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신태용 감독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경질 직후 복수의 매체를 통해 자신이 '바지 감독'이었으며, 항명한 고참 선수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중국 원정에서 몇몇 고참 선수가 제게 인사도 안 했다"며 "팀 분위기가 다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또 "과정이나 면담도 없이 갑자기 경질됐다"며 구단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신태용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배제해버리고 선수가 구단하고 모든 걸 얘기해 버리니까 우리는 중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며 "홍명보 감독 시절부터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이 구단에 직접 의사를 전달하고 그것이 경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신태용 감독은 구체적인 선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일부 팬은 울산의 대표적인 베테랑인 이청용을 항명 주도자로 지목했다. 신태용 감독 부임 후 출전 기회가 줄어들며 명단에서 사라졌던 이청용은 이날 경기에서 오랜만에 잔디를 밟았다.

공교롭게도 울산은 신태용 감독이 경질되자마자 승리를 거뒀다. 리그 7경기 동안 3무 4패로 승리하지 못했던 울산은 노상래 감독대행 체제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냈다. 신태용 감독이 울산에서 거둔 유일한 승리는 부임 첫 경기인 제주전이었다.

이청용의 골프 세리머니는 신태용 감독의 폭로에 대한 정면 반박이었다. 골프채 의혹을 부인한 신태용 감독을 향해 "그것이 사실"이라고 비판한 셈이다. 이청용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누가 더 진솔한지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잔류라는 목표를 달성한 다음에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밝혔다. 시즌 종료 후 신태용 감독의 폭로에 대한 반박이 나올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울산은 현재 강등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은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K리그1은 최하위인 12위가 2부를 자동 강등하고, 10~11위는 K리그2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한다. 울산은 11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승점 8점 차이를 두고 있지만, 10위 수원FC와는 승점 2점 차에 불과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골프 세리머니를 둘러싼 논란은 울산 구단의 내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신태용 감독 경질 과정에서 불거진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간의 소통 부재, 구단의 선수 편향적 운영 방식 등이 공론화됐다. 신태용 감독은 "울산 구단이 어떤 식으로 소통하는 집단인지 알았더라면 이런 실수는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청용의 골프 세리머니는 논란을 감수한 선택이었다. 구단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전 감독을 저격하는 세리머니를 펼친 것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청용의 행동을 지지하는 의견과 구단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남은 시즌 잔류를 확정 지은 뒤 진실 공방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청용이 예고한 대로 누가 더 진솔한지 밝혀질 날이 머지않았다. 신태용 감독과 이청용, 그리고 울산 구단 사이의 진실 게임이 K리그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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