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개 넘는 휴대전화 요금제, 곧 이렇게 바뀐다' 대형 소식 전해졌다

2025-10-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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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3사 요금제만 718개... 통합 요금제 출시되나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 뉴스1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 뉴스1
"내 요금제가 뭐였더라?" 이동통신 요금제를 선택하려는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할 수도 있는 혼란이다. 통신 3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요금제만 700여 개가 넘고, 알뜰폰 업체까지 포함하면 수천 개에 달하는 선택지 앞에서 소비자들은 사실상 합리적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 이런 복잡한 요금 체계를 단순화한 통합 요금제가 올해 안에 출시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신 3사가 현재 운영 중인 요금제는 718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통신 3사가 실제 가입을 받는 요금제는 251개다. 정확한 집계조차 이뤄지지 않은 알뜰폰 업체 수십여 곳을 합하면 요금제가 수천 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과도하게 세분화된 요금제 체계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통신 3사는 5G와 LTE를 구분하고, 각각의 기술 방식 내에서도 데이터 용량, 전송 속도, 부가 서비스 등에 따라 요금제를 잘게 쪼개 놓았다. 같은 데이터 용량이라도 5G와 LTE로 나뉘고, 속도 제한 유무에 따라 또 다른 요금제가 존재한다. 여기에 음성 통화와 문자 메시지 제공량까지 더해지면서 요금제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이처럼 복잡한 요금 체계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일반 소비자가 자신의 통신 사용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고, 수백 개의 요금제 중에서 가장 적합한 상품을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통신사 직원조차 모든 요금제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워 상담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도 많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 뉴스1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 뉴스1

더욱이 통신사들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도 기존 요금제를 폐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요금제 수가 계속 누적돼 왔다. 신규 가입은 중단됐지만 기존 가입자를 위해 유지되는 요금제, 특정 기간에만 판매됐던 프로모션 요금제, 특정 연령대나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요금제 등이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는 실정이다.

알뜰폰 시장까지 포함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알뜰폰 업체는 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각자의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수십 개에 달하는 알뜰폰 업체가 각각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요금제를 운영하면서 전체 시장의 요금제 수는 정확한 집계조차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복잡한 요금 체계는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LTE 요금제가 5G보다 비싼 이른바 '바가지 요금제' 문제가 지적됐다. 통신사들이 LTE 요금제 절반 이상의 신규 가입을 중단해 놓고도 기존 가입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상당수 소비자가 더 저렴한 5G 요금제로 변경할 기회를 놓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요금제가 복잡할수록 통신사에 유리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요금제가 적정한지, 더 저렴하거나 혜택이 많은 요금제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복잡한 요금 체계를 통해 소비자들이 요금제를 비교하고 변경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기존 가입자를 붙잡아 두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기정통부가 요금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최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나치게 복잡한 이동통신 요금제로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핵심은 5G와 LTE 기술 방식 구분 없이 데이터 용량이나 전송 속도에 따라 요금을 고를 수 있는 통합 요금제 출시다. 현재 통신 3사는 같은 데이터 용량이라도 5G와 LTE를 구분해 별도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하나로 통합하면 요금제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술 방식이 아닌 실제 사용량과 속도를 기준으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어 훨씬 직관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해진다.

통합 요금제는 기술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하다. 5G 상용화 초기에는 5G와 LTE를 구분할 필요가 있었지만, 이제는 5G 네트워크가 전국적으로 구축됐고 5G 스마트폰 보급률도 높아져 기술 방식으로 요금제를 구분할 실익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가 5G 요금제에 가입하고도 LTE 수준의 속도로 사용하거나, LTE 요금제로도 충분한데 5G 요금제를 유지하는 등 기술 방식 구분이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당국은 통신 3사와 통합 요금제 출시를 위한 마무리 작업 중으로,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 요금제가 도입되면 현재 718개에 달하는 요금제 수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체적인 통합 방안, 요금제 수 감축 목표, 기존 가입자 전환 방식 등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요금제 도입과 함께 요금제 정보 공개 강화도 추진될 전망이다. 통신사들이 신규 가입을 중단한 요금제 정보를 기존 가입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던 점을 감안해, 요금제 변경이나 폐지 시 기존 가입자에게 통지하는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요금제 비교가 쉽도록 표준화된 정보 제공 방식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통신사마다 요금제 정보를 다른 방식으로 제공해 소비자들이 요금제를 비교하기 어렵다. 데이터 용량, 속도, 기본료 등 핵심 정보를 통일된 형식으로 제공하도록 해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최 의원은 "통신 3사의 요금 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한 만큼 5G와 LTE 구분이 없는 통합 요금제 시행을 통해 가계 통신비를 줄이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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