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00톤 넘게 잡혔는데…중국배까지 너도나도 잡아가 위기라는 '국민 수산물'
2025-10-1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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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정말 흔했던 수산물

예전에는 정말 흔했던 오징어가 한국 바다에서 씨가 말라가고 있다.
오징어는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국민 수산물이다. 오징어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 건강식으로도 인기가 높으며 회, 볶음, 튀김, 마른오징어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된다. 오징어는 특히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이 특징으로 술안주나 반찬으로 자주 등장한다.
우리나라 지역마다 특색 있는 오징어 요리가 발달했다. 속초의 오징어순대, 울릉도의 오징어볶음 등은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또한 건조 오징어는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오랫동안 사랑받는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동해에서는 오징어를 예전보다 잡기 힘들어졌고, 최근 상대적으로 많이 잡힌다는 서해에서는 오징어 잡기 경쟁이 치열해졌다. 심지어 중국 어선까지 오징어 잡기 경쟁에 가세하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바다 전역에서 오징어를 보기 힘들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징어는 깊은 수심, 저온의 해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그래서 동해를 대표하는 어종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동해가 아닌 서해에서 오징어잡이가 대풍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오징어 주요 서식지였던 동해와 남해 어획량이 급감한 탓에 서해가 오징어의 대체 어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집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연근해 살오징어 어획량은 2000년대 최고치를 찍은 뒤 2010년대 중반부터 급감했다. 2009년 18만 9160톤(동해 12만 2417톤, 남해 6만 3562톤, 서해 3181톤)에 달했던 어획량은 꾸준한 하향해 지난해에는 1만 3546톤(동해 5241톤, 남해 5452톤, 서해 2853톤)이라는 역대 최저 어획량을 기록했다.
15년 사이 서해 지역(인천·충남·전북)의 살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10.28%에 그쳤다. 서해 지역 어획량은 뚜렷한 증가 추세 없이 불규칙한 패턴을 보여왔다. 하지만 동해 지역(강원·경북·울산)에서는 95.72%, 남해 지역(부산·경남·전남·제주)은 91.42% 급감할 정도로 어획량이 크게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충남 서산수협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어획량은 어획물을 내린 곳이 기준"이라며 "동해와 남해에서 (오징어 어획량이) 너무 줄어버리다 보니까 몇 년 사이 서해에서 조업을 많이 하게 됐고 위판도 활발히 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최근 동해에서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한 가장 큰 이유로 수온 상승이 꼽힌다. 오징어 주 서식지인 연근해 동해 남부 해역의 수심 50m 평균 수온(12∼18℃)과 표층 수온(15∼23℃)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성장해야 할 오징어들이 러시아 등 북쪽으로 올라가 버린 상황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윤석진 연구사는 연합뉴스에 "오징어의 서식 수온은 4∼27도도 광범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장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 이유는 표층수온 상승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오징어잡이 배들이 서해로 몰리고 서해안 어민들도 조업에 나서면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가 오징어 불법 포획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어민들 사이에서도 과도한 경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남획 우려도 커지고 있다. 충남 태안으로 몰려드는 동해안과 남해안 채낚기 어선에 꽃게잡이 자망어선들도 최근 어구만 바꿔 오징어잡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조업한 어민은 연합뉴스에 "7∼8월에는 100척도 넘게 몰려들어 항구에 배를 댈 공간이 없을 정도다. 바다에서도, 항구에서도 자리 경쟁이 일상이다 보니 어선끼리 방해 공작을 하는가 하면 고성에 욕설까지 오가고 있어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라고 말했다.
다른 어민도 "바다로 조금만 멀리 나가면 쌍끌이 저인망 중국 어선들도 많이 와서 잡아간다.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잡다 보면 앞으로 오징어 씨가 마르지 않고 배기겠느냐"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서해에서도 수온 상승과 지나친 조업 경쟁 등으로 인해 오징어의 씨가 마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윤석진 연구사는 "서해는 원래부터 오징어의 이상적인 서식 환경은 아닌 데다, 중국에 가로막혀 동해처럼 북상하기도 어렵다. 수온이 지금처럼 빠르게 상승한다면 서해에서도 (오징어가) 자취를 감춰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