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등 한국 재벌 총수들, 트럼프와 '골프 회동'
2025-10-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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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별장 일대 경찰 배치, 교통 통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자택 인근 골프장에서 한국, 일본, 대만 기업 대표들과 골프 회동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시작됐다. 오전 9시 8분께 대통령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행렬이 마러라고를 출발해, 인근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으로 향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동에 따라 경찰은 팜비치 섬 마러라고 별장에서 골프장까지 이어지는 약 5분 거리의 도로를 10분간 통제했다. 검은색 차량 행렬 가운데,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라운딩 시 자주 착용하던 흰 모자를 쓴 인물이 뒷좌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백악관 풀기자단 역시 오전 9시 15분 대통령이 골프장에 도착했다고 공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은 오후 4시 50분쯤 골프장을 빠져나갔고, 이때도 경찰의 도로 통제가 이뤄졌다. 성조기를 단 리무진 두 대가 일렬로 움직였으며, 뒤쪽 차량 안에는 같은 흰 모자를 착용한 인물이 눈에 띄었다.
이날 골프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한국 4대 그룹 총수들이 미국 대통령과 집단으로 골프 회동을 가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기업인들은 개인 차량이 아닌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단체 이동했고, 골프장을 떠난 뒤에는 팜비치 섬에 위치한 5성급 호텔로 향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 회동을 주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호텔 로비에서 직접 목격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국 기업 대표들을 수행하는 직원들도 호텔 내에서 다수 보였다는 전언이다.
경기 형식은 각 조가 동시에 시작하는 ‘샷건’ 방식으로 추정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와 같은 조였는지는 백악관이 확인을 거부해 알려지지 않았다. 골프장 입구는 경호원들에 의해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됐고, 외부 시야를 막기 위한 높은 나무들이 둘러져 있어 내부 상황은 파악하기 어려웠다.

라운딩 도중 또는 점심시간, 휴식시간 등을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재계 인사들 간의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 자리에서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조선 등 분야의 미국 내 투자 계획과 관세 문제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막판 무역 협상에 영향을 줄 만한 대화가 오갔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차량 행렬이 골프장을 드나들던 시간, 도로 건너편 공원에는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대통령을 지켜주세요(Keep our president safe)’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깃발을 흔들었고, 음악을 틀며 대통령에게 응원을 보냈다. 지나가는 차량에서 경적을 울리며 호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미국 전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열렸고, 팜비치에서도 일부 시위가 예고됐지만, 대통령의 실제 동선 주변에서는 별다른 시위대는 보이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이 골프장에서만 11번째 라운딩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5~6시간가량 걸리는 라운딩 시간과 당일 상황을 고려하면, 이날 8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동에서는 상당히 밀도 있는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과 마러라고 별장을 잇는 다리 입구에는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으며, 별장 입구에서도 신분증 확인이 이뤄졌고 기자들의 접근은 제지됐다. 관계자는 “별장에는 VIP가 머물고 있어 사유지 접근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취재를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