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 배후' 천즈의 프린스그룹이 현재 처한 상황
2025-10-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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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들 인출 사태로 중앙은행 긴급 개입
캄보디아 현지 매체 크메르타임스의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이틀간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프린스그룹 산하 프린스 은행에 몰려들었다. 태국 더네이션은 프놈펜 프린스 은행 본점 앞에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을 섰다고 전했다. 일부 지점에서는 유동성이 부족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혼란이 벌어졌다.
뱅크런은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가 지난 14일 프린스그룹 회장 천즈를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지정하고 전신 사기 공모 및 자금 세탁 공모 혐의로 기소하면서 시작됐다. 미 법무부는 천즈가 프린스그룹을 통해 강제 노동에 기반한 암호화폐 사기를 벌인 캄보디아 내 광범위한 범죄 네트워크를 감독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도 프놈펜 외곽의 프린스 단지를 운영하는 골든 포춘 리조트 월드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 법무부는 천즈가 관리하는 암호화폐 지갑에서 약 12만7271개의 비트코인을 압류했다. 이는 약 150억 달러 규모로 미국 역사상 최대 몰수 조치다. 천즈는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4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미 재무부는 천즈와 146개 관련 개인 및 단체에 제재를 가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은 캄보디아의 모든 은행과 금융기관이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고 있으며 고객의 현금 인출 요구를 충족할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프린스 은행이 캄보디아 법률을 준수하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조사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은 프린스 은행의 고객 계좌가 정상 운영되도록 보장하고 특히 고객 자금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린스 은행 이사회는 성명에서 "은행은 캄보디아 중앙은행의 법률과 규정에 따라 엄격히 운영되고 있다"며 "은행의 안정성과 무결성, 최고 수준의 윤리적·규제적 기준 준수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기소장에서 천즈가 2015년쯤부터 프린스그룹의 창립자이자 회장으로 30개국 이상에서 수십 개 사업체를 운영하는 캄보디아 기업 복합체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프린스그룹은 겉으로는 부동산 개발과 금융 서비스, 소비자 서비스에 주력했지만, 비밀리에 천즈와 그의 최고 경영진은 프린스그룹을 아시아 최대 초국가적 범죄 조직 중 하나로 키웠다.
천즈의 지시로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전역에 사기 단지를 운영하며 사기성 암호화폐 투자로 막대한 이익을 냈다. 악의적 행위자들은 메시징이나 소셜 미디어 앱을 통해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자금이 투자돼 이익을 낼 것이라는 거짓 약속으로 암호화폐를 지정 계좌로 이체하도록 설득했다.
프린스그룹은 수백 명을 인신매매해 캄보디아 단지에서 일하도록 강요했고, 종종 폭력의 위협 속에 사기를 실행하도록 했다. 높은 벽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방대한 기숙사를 갖춘 단지들은 강제 노동수용소로 이용됐다.
사기 단지 관리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천즈는 각 단지와 관련된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해당 기록엔 이익을 추적하는 장부와 어느 방에서 어떤 사기가 벌어졌는지가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천즈는 또한 단지의 ‘전화 농장’을 설명하는 문서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는 수천 대의 전화와 수백만 개의 휴대전화 번호를 사용해 다양한 사기를 용이하게 하는 자동화된 콜센터였다.
천즈는 강제 노동수용소 내 개인들에 대한 폭력 사용에 직접 관여했으며 프린스그룹의 폭력적 방법에 대한 이미지도 소유하고 있었다. 여기엔 구타와 기타 고문 방법을 담은 사진이 포함됐다. 천즈는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을 구타하는 것에 대해 부하들과 직접 소통했다. 피해자들을 죽을 때까지 때리진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천즈와 다른 사람들은 2015년부터 캄보디아 전역에 최소 10개의 강제 노동 수용소를 운영해 암호화폐 투자 사기에 이용했다.
높은 벽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강제 노동 수용소는 전화 농장, 즉 암호화폐 사기와 기타 사기를 수행하는 자동화된 콜센터로 바뀌었다. 기소장에 따르면 두 시설에는 1250대의 휴대전화가 배치돼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7만6000개 계좌를 통제했다.
기소장은 2018년 프린스그룹이 사기로 하루 3000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고 천즈의 공모자 중 한 명이 자랑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동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수용소에서 물리적 폭력을 사용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당국은 천즈와 그의 공모자들이 중국과 다른 곳의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줘 강제 노동 단지에 대한 수사와 급습보다 앞서 나갔다고 주장했다. 천즈는 뇌물 장부를 보관했으며, 기소장에 따르면 2019년 외국 정부의 고위 관리를 위해 300만 달러짜리 요트가 구입됐다.
당국은 이 사기의 일환으로 사람들이 메시징 앱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촉받았는데, 때로는 잘못된 번호인 것처럼 가장했다고 밝혔다. 천즈의 조직은 캄보디아에서 강제 노동을 이용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수천 명의 피해자를 감정적으로 조종했으며, 그들의 계좌를 불린 뒤 빼돌리는 이른바 ‘피그 부처링’(로맨스 스캠과 투자 사기가 결합된 형태) 방식을 썼다.
프린스그룹의 사기는 지역 네트워크의 지원을 받아 전 세계 피해자들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그중 한 네트워크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운영됐다. 수사관들은 뉴욕 브루클린과 퀸즈에서 운영되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250명 이상의 미국 피해자들이 최소 18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프린스그룹은 부동산과 금융, 접객업을 통해 캄보디아 경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모기업에 대한 충격적인 폭로가 확산하면서 자회사인 프린스 은행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하룻밤 사이에 추락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프린스 그룹은 자금 세탁과 성적 착취, 강제 노동, 심지어 살인에도 관여했다. 천즈는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미국과 영국 당국은 제재 대상 기관과의 거래를 돕는 사람은 누구든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