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경주서 발견된 1600년 전 신라 고위층 장수 무덤, 줄줄이 '이것'까지 나와
2025-10-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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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신라 금동관 출토…순장된 시종 추정 인골까지
약 1600년 전 군사들과 전쟁터를 누볐을 신라의 젊은 장수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확인됐다. 유골과 말 갑옷이 출토된 것은 물론 신라시대 관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관의 일부도 발견돼 이목을 끌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경주시와 신라왕경 핵심 유적 복원정비사업인 경주 황남동 120호분 적석목곽분 발굴 조사 중 120호분 밑에서 이전 시기에 먼저 조성된 목곽묘가 새로 발견됐다고 20일 밝혔다. 무덤 안에서는 사람과 말의 갑옷, 투구 일체, 금동관 일부, 무덤 주인으로 추정되는 고위층 남성 장수 인골과 순장된 시종 추정 인골 등을 발굴했다.
이번에 확인된 목곽묘는 4세기 말에서 5세기 전반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적석목곽분(나무로 짠 곽 주변에 돌을 쌓고 봉분을 조성한 신라 특유의 무덤)인 120호분의 아래에서 발견돼 신라의 무덤 양식이 목곽묘에서 적석목곽분으로 변화하는 전환기적 요소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로 평가된다.


목곽묘는 주곽(主槨)과 부곽(副槨)으로 구성돼 있다. 주곽에서는 대도(큰 칼)를 착장한 무덤 주인공(남성 장수 추정)의 인골과 치아 조각 등이 확인됐다. 부곽에서는 각종 부장품과 함께 시종으로 추정되는 순장된 인골 1구가 발견됐다. 이를 통해 무덤 주인공은 신라의 장수였으며, 함께 출토된 치아를 바탕으로 당시 30세 전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순장자는 그를 가까이서 보좌한 시종이었을 것으로 예상되며, 당시 신라 지배층의 권력과 사회 위계를 엿볼 수 있는 자료로 풀이된다.
무덤에서는 총 165점의 유물이 나왔다. 특히 신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관 일부가 확인돼 신라 지배층의 금속 공예 기술 연구 규명에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과 말의 갑옷, 투구 일체도 양호한 상태로 출토되었다. 마갑(말의 갑옷)은 경주 쪽샘지구 C10호분에 이어 신라 고분에서는 두 번째로 발견된 것이다. 중장기병의 실체와 함께 5세기 전후 신라의 강력한 군사력과 지배층의 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발굴은 단순히 새로운 무덤을 발견한 것을 넘어 신라의 고분 양식 변천의 맥락을 이해하고, 고대 신라의 군사 및 사회 구조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국가유산청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이달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발굴 조사 현장과 출토 유물 일부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