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몰랐다... 한국인들처럼 '삭힌 홍어' 먹는다는 이 유럽 나라
2025-10-26 08:03
add remove print link
한국 이상으로 냄새 강렬한 익혀 먹는 홍어

끓는 물에 데치듯 익힌 삭힌 홍어를 저녁 식탁에 올리는 아이슬란드의 한 가정. 코끝을 찌르는 강렬한 암모니아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운다. 이 조리법은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아이슬란드의 전통이다. 삭힌 홍어는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나뉘는 음식이다. 놀랍게도 북극권 섬나라 아이슬란드에도 한국의 홍어처럼 발효해 먹는 음식 문화가 존재한다. 목포MBC가 지난해 아이슬란드의 삭힌 홍어를 소개한 바 있다.
바이킹이 개척한 땅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는 겨울엔 오로라를, 여름엔 맑은 태양을 만날 수 있어 사계절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방송은 이곳의 수도 레이캬비크의 한 가정에서 전형적인 아이슬란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소개했다. 다양한 식재료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진공포장으로 밀봉한 삭힌 홍어였다.
아이슬란드에서는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12월 23일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삭힌 홍어를 먹는 전통이 있다. 이곳에서는 삭힌 홍어를 끓는 물에 데치듯 익혀 먹는다. 향이 강렬하다. 삭힌 홍어는 익혔을 때 암모니아 냄새와 코끝을 자극하는 것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겨울철 식량이 부족했던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 삭힌 홍어는 소중한 존재였다.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 전인 12월 23일이 오면 홍어의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의식처럼 먹어왔다.
홍어는 다른 생선에 비해 열 배나 많은 요소를 갖고 있다. 요소는 발효되는 과정에서 암모니아로 변한다. 이 암모니아가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대신 세균 번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 때문에 홍어는 오래도록 썩지 않고 보관이 가능하다.
홍어뿐만이 아니다. 상어도 홍어철머 삭혀서 먹는다. 방송은 홍어와 발효 과정이 비슷한 음식이 있다는 소식를 접하고 아이슬란드 서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비야르나르회픈을 찾았다. 이곳에는 상어 박물관이 있는데, 상어 가공 공장을 박물관으로 만든 탓에 아담하고 소박하지만 관광객들에게는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로 유명하다.
상어 가공을 삼대째 해오고 있다는 박물관 주인은 아이슬란드의 전통 고기잡이 방식을 설명했다. 박물관 뒤편에 자리한 창고는 상어를 삭히는 곳인데, 원래 그린란드 연안에서 잡히는 상어는 독성이 있어 기름만 취하고 고기는 먹지 않고 버렸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버린 상어 고기가 땅속에서 건조되면서 독성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상어는 무조건 삭혀 먹는 음식이 됐다.

'하우카를'이라고 불리는 삭힌 상어 고기를 먹어보려면 두 달간의 발효와 넉 달간의 건조라는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 박물관 관계자는 "상어는 어떤 방식으로든 먹을 수 있지만, 이 방법이 유일하게 사람들이 발견한 독을 제거하고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직접 맛을 본 하우카를은 생김새는 치즈 같았고 살이 굉장히 하얬다. 냄새는 홍어만큼 강하지 않았지만 맛은 홍어와 거의 비슷했다. 입에서 느껴지는 싸한 암모니아 향이 확실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삭힌 홍어와 삭힌 상어가 비슷한 맛과 냄새가 나는 이유는 상어도 홍어처럼 요산 성분이 있어 발효되면 암모니아를 내뿜기 때문이다. 
하우카를 요리를 맛보기 위해 찾은 식당에서는 별다른 요리 없이 삭힌 상어를 주사위 모양으로 깍둑 썰어내는 것이 전부였다. 이곳 사람들은 주로 식욕을 돋우는 전채 요리로 하우카를을 먹는다. 해산물을 취급하는 식당에서는 기본으로 제공된다는 하우카를이지만, 모두가 즐기는 건 아니다.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아이슬란드에서도 호불호가 뚜렷한 음식으로 분류된다. 
홍어는 연골어류에 속하는 해산물이다. 납작한 몸체와 긴 꼬리가 특징이며, 주로 차가운 바다의 해저에 서식한다. 홍어는 상어와 마찬가지로 요소를 체내에 축적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는 삼투압 조절을 위한 생리적 메커니즘이다. 홍어가 죽으면 체내의 요소가 분해되면서 암모니아가 생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삭힌 홍어 특유의 강렬한 냄새의 원인이다.
한국에서는 전남을 중심으로 홍어를 삭혀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 멀리 떨어진 내륙 지역까지 홍어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효가 진행됐고, 이것이 독특한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삭힌 홍어는 특유의 자극적인 맛과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애호가들에게는 최고의 별미로 꼽힌다.
아이슬란드와 한국, 지리적으로는 정반대에 위치한 두 나라가 비슷한 발효 음식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가 만들어낸 삭힘의 미학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독특한 식문화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