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은걸까…베트남 제사상에 필수로 올라간다는 '한국 과자'
2025-10-20 14:03
add remove print link
베트남 제사 문화에 '한국 과자'가 출현하게 된 배경
우리에게는 평범한 간식이지만, 베트남에서는 조상에게 바치는 음식이 된 '한국 과자'가 있다.

바로 초코파이 이야기다. 한국에서 시작된 이 과자가 어떻게 베트남 제사 문화와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살펴보자.
베트남에서는 제사를 지내야 조상의 덕을 보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사 문화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일부 가정은 아예 제사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둘 정도다. 명절이 아니더라도 집이나 가게 곳곳에 작은 제단을 두고 향을 피우고 음식을 올리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30년 전만 해도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서 비싸고 귀한 간식이었다. 그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제사상에도 올려지기 시작했다. 조상에게 가장 귀한 음식을 바친다는 의식에서, 한국산 초코파이가 제례 음식의 일부가 된 것이다. 지금은 예전만큼 구하기 어렵거나 값비싼 제품은 아니지만, 여전히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음식으로 제사에 쓰이고 있다. 이제는 일상에서도 즐겨 먹는 대표 간식이 됐으며, 유행이라기보다는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음식이 됐다.
러시아에서 인기가 많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베트남에서의 초코파이 인기도 만만치 않다. 실제 지표를 보면, 한국산 초코파이는 베트남 현지 파이 시장의 최대 70%를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의 베트남 법인 매출은 매년 꾸준히 증가했고, 2018년에는 처음으로 9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한국 내 판매량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성장세는 계속돼, 지난해에는 1200억 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베트남에서 초코파이가 자리를 잡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맛이다. 베트남 현지 제품은 더운 기후에 맞춰 초콜릿이 쉽게 녹지 않도록 용점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기온이 높은 매장 환경에서도 제품이 잘 보존되도록 제조 기준을 조정한 것이다. 겉은 견디지만 입안에서는 부드럽게 녹는 밸런스를 맞춘 셈이다. 여기에 곰팡이 발생을 막는 동시에 촉촉한 식감을 유지하는 배합 기술도 현지 기준에 맞게 조정됐다. 대형 마트는 물론 에어컨이 없는 소형 상점에서도 문제없이 유통될 수 있도록 고려된 제조 방식이다.
현지에서 제조된 초코파이를 더 맛있게 느끼는 소비자도 있다. 진한 초콜릿을 선호하는 베트남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다크 초콜릿 맛을 기본으로, 망고 맛, 복숭아 맛, 심지어 팥차 맛 등 계절과 유행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이러한 제품력 외에도, 유통 방식에서의 차별화가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베트남 소매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구멍가게 중심 유통 구조를 고려해, 도매상 없이 직접 영업사원이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먼지 많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제품 상태를 관리하고, 직접 발로 뛰는 유통 전략이 효과를 거두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초코파이는 현재 한국과 베트남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여러 나라 소비자들의 입맛과 환경을 고려해 현지화된 전략을 펼친 결과, 한국의 대표 간식이 세계인의 일상에 자리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