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미친듯이 올랐는데…요즘 편의점서 없어서 못 판다는 의외의 '이것'
2025-10-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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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품절대란...투자의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
편의점에서 의외의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 상품의 정체는 바로 '금'이다. 국제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접근성 좋은 편의점을 통해 금에 투자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GS25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순금 및 금 자판기 판매액이 2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년 전체 판매액 18억원을 9개월 만에 넘어선 수치다.
GS25와 기업형슈퍼마켓 GS더프레시 14개 매장에서 운영하는 금 자판기의 누적 판매액은 더욱 놀랍다. 2022년 도입 첫해 7억원에서 시작해 올해 9월까지 총 45억원어치가 팔렸다.
GS리테일은 2022년 귀금속 도매업체 우수골드네트워크와 제휴를 맺고 편의점 업계 최초로 금 자판기를 선보였다. 자판기에서는 1돈부터 10돈까지 5가지 무게의 실물 골드바를 취급하며, 가격은 매일 시세를 반영해 자동 조정된다.
이용자 연령대를 살펴보면 30대가 38%로 가장 많고 40대가 36%로 그 뒤를 따랐다. 30~40대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금값이 상승 추세인 가운데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30~40대 소비자가 금 자판기의 주 고객층"이라며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에서 쉽고 편리하게 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명절이나 기념일에 맞춰 한시적으로 내놓는 금 상품도 조기 완판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고가 상품의 재고 부담과 도난 위험 때문에 편의점들은 명절 등 특정 시기에만 금 상품을 판매하는데, 모바일 주문이나 매장 카탈로그를 통한 주문 후 배송 방식으로 운영한다.

CU는 올해 추석 시즌에 모바일을 통해 24K 클로버 순금바 반돈(1.875g, 39만9000원), 24K 클로버 순금바(1g, 21만9000원), 24K 해피라이언코인(0.2g, 6만9000원) 등 3종을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추석 일주일 전에 모두 동났다.
세븐일레븐은 추석 기간 골드바 4종 500여개를 팔았는데, 매출이 전년 추석과 비교해 40% 늘었다. 이마트24는 올해 추석에만 1억5000만원어치의 금 상품을 팔아치웠다. 올해 초 설 연휴 대비 40% 정도 증가한 금액이다. GS25가 가정의 달에 특별 출시한 카네이션골드바(3.75g, 75만8000원) 등 순금 제품도 1억원 이상 팔렸다.
국제 금값의 가파른 상승세가 편의점 금 상품 인기의 배경이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트로이온스당 4163.4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해 들어서만 50% 넘게 뛰었다. 16일에는 4318.75달러까지 올라 또다시 최고 기록을 썼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과 주요국 재정 불안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내년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편의점 금 상품의 또 다른 매력은 고정 가격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금 상품들은 제작할 때부터 정가로 가격이 고정돼 있어 시세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유리한 투자수단"이라며 "올해 추석 명절 상품 중 금 제품들의 판매가 두드러진 배경"이라고 말했다.
금 수요가 폭증하면서 공급 차질도 발생했다. 한국표준금거래소가 주문량 증가로 전 제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면서 GS25와 GS더프레시의 금 자판기도 추가 공급이 멈춘 상태다. 각 매장 금 자판기에 남은 골드바가 모두 팔리면 자동으로 품절 처리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도와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집 근처 편의점에서 금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증가했다"며 "GS25는 고객 생활 밀착형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 앞으로도 다양한 상품을 취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편의점들은 내년 설날을 겨냥해 벌써부터 금 관련 상품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골드바는 물론 주얼리 업체와 협력해 액세서리 등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는 금리 인하기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 증가,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전 세계 정세 불안이 맞물려 금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국 재정 악화로 채권 신뢰도가 떨어진 점도 안전자산 수요가 금으로 쏠리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한 번 상승하면 상승세가 쉽게 꺼지지 않는다. 현재 금의 상승세는 과열 국면이더라도 10∼12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와 금 ETF로의 자금 유입, 중앙은행 매수세 지속 등으로 금 가격은 큰 폭의 조정 없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20일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는 금이 g당 21만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 종가(22만2000원) 대비 5.38% 하락하며 소폭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한국금거래소에서 24K 순금 1돈(3.75g)은 살 때 89만4000원, 팔 때 77만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 18일에는 장중 순금 1돈 구매 가격이 93만1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으며 1돈 100만원 시대에 한 발 더 다가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