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쳤다…한한령 뚫고 중국 개봉 확정난 대반전 '한국 영화' 정체

2025-10-20 17:35

add remove print link

윤가은 감독의 6년 만의 신작, 중국 배급 확정

한국 영화의 중국 진출이 사실상 막혀 있던 '한한령'의 벽이 다시금 흔들리고 있다.

'세계의 주인' 스틸컷. 배우 장혜진.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세계의 주인' 스틸컷. 배우 장혜진.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배급사 바른손이앤에이는 20일 "윤가은 감독의 영화 '세계의 주인'이 중국 배급사 라이트 필름스 리미티드와 손잡고 중국 내 개봉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영화의 미래'로 불리는 윤 감독의 신작 '세계의 주인'이 중국 배급사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며 중국 극장 개봉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해당 계약은 2016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강화된 한류 제한령, 이른바 한한령 속에서 한국 영화가 다시 중국 극장가로 향하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라이트 필름스 리미티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 등을 배급한 실적이 있는 유력 배급사로, 중국 내 예술영화 라인업에서도 손꼽히는 회사다.

라이트 필름스 측은 "지난 핑야오국제영화제에서 '세계의 주인' 상영 당시 현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이 작품이 가진 섬세한 정서와 보편적 감정은 중국 관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한한령 속 한국 영화의 귀환…중국 개봉 허가 이례적 사례

'세계의 주인' 포스터.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세계의 주인' 포스터.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중국에서 해외 영화 수입과 상영은 공산당 중앙선전부 산하 국유기업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동안 한국 영화는 2017년 이후 중국 내 극장 개봉이 사실상 금지돼 있었다. 지난해 일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제한적 상영이 이루어졌지만, 공식적인 극장 개봉은 극히 드물었다.

올해 3월 봉 감독의 '미키 17'이 수년 만에 중국 전역에서 상영되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다. 이에 따라 영화계 안팎에서는“중국이 문화 교류를 점진적으로 재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세계의 주인' 개봉 확정은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두 번째 사례로 주목받는다. 다만 '세계의 주인'의 정확한 중국 내 개봉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토론토·런던·바르샤바·핑야오까지…전 세계가 먼저 주목한 작품

윤 감독의 '세계의 주인'은 이미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연이어 초청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플랫폼 부문)에 한국 영화 최초이자 유일하게 공식 초청됐으며, 제9회 핑야오국제영화제에서는 2관왕을 차지했다. 또한 제41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제69회 BFI런던영화제, 제49회 상파울루국제영화제, 제70회 코크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연달아 초청을 받았다.

'세계의 주인' 포스터. 배우 서수빈.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세계의 주인' 포스터. 배우 서수빈.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토론토영화제 상영 당시 현지 언론은 세계의 주인을 두고 "감정의 결을 포착하는 윤가은 감독의 연출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며, 동시대 청춘의 불안과 내면을 정직하게 보여준다"는 극찬을 내놓기도 했다.

10대 소녀의 내면을 통해 그리는 '관계의 세계'

'세계의 주인'은 열여덟 살 여고생 주인(서수빈)이 전교생이 참여한 성범죄자 출소 반대 서명운동을 홀로 거부한 뒤, 누군가로부터 의문의 쪽지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은 '인싸와 관종 사이' '소속과 독립의 경계'에 선 10대의 미묘한 감정선을 따라가며, 집단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지키려는 한 소녀의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윤 감독은 데뷔작 '우리들'(2016)과 후속작 '우리집'(2019)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관계, 성장, 외로움을 다루며 독보적인 연출 세계를 구축해왔다. 6년 만의 신작 세계의 주인은 그런 윤 감독의 감정적 깊이를 한층 더 확장시킨 작품으로 평가된다.

신예 서수빈의 발견 그리고 장혜진·이상희·이대연의 연기 시너지

윤가은 감독 신작 '세계의 주인' 포스터.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윤가은 감독 신작 '세계의 주인' 포스터. /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매 작품마다 윤 감독은 신예 배우를 발굴해내는 감독계의 보석 헌터로 불린다. 이번에도 주인 역으로 발탁된 신예 배우 서수빈이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첫 등장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현지 평단은 경이로울 만큼 진솔한 연기라며 감정의 미세한 진동까지 화면에 전달한다고 호평했다.

윤 감독의 오랜 협업 파트너이자 기생충에서 충숙 역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장혜진,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수상자 이상희, 연극·영화·드라마를 넘나드는 이대연과 백현주 등 베테랑 배우들이 함께 출연해 탄탄한 연기 밸런스를 완성했다.

한한령을 뚫고 다시 열린 중국 스크린. 그리고 그 문을 연 첫 한국 영화가 다름 아닌 한 여고생의 내면을 그린 섬세한 드라마라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한국 영화가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윤 감독의 '세계의 주인'이 그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

유튜브, 바른손이앤에이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