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전문 변호사 “캄보디아 범죄단체들, 한국을 가장 만만한 국가로 평가“

2025-10-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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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일본에 비해...”

캄보디아 범죄단체들이 한국을 가장 만만한 국가로 평가한다는 동남아 전문 변호사의 의견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담당 수사관 등이 탑승한 차량이 20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턱틀라사원에서 지난 8월 보코산 지역의 온라인스캠 범죄단지에 감금돼 고문 끝에 숨진 대학생 박 모 씨의 시신을 부검과 화장을 마치고 사원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담당 수사관 등이 탑승한 차량이 20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턱틀라사원에서 지난 8월 보코산 지역의 온라인스캠 범죄단지에 감금돼 고문 끝에 숨진 대학생 박 모 씨의 시신을 부검과 화장을 마치고 사원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법무법인 태광의 베트남 전문 센터장 김민재 변호사는 20일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이들이 한국을 우습게 여기는 이유에 대해 "미국이나 중국, 일본에 비해 한국은 피해자가 생겨도 처벌이나 수사가 유달리 약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이런 인식이 한국인을 범죄 대상으로 삼게 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들은 '한국인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한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니 '최고로 만만한 상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형사사건 대응 경험과 캄보디아 현지 법무법인을 통한 사건 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캄보디아에서 대규모 범죄단지가 버젓이 운영되는 이유는 현지 경찰이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 변호사는 "베트남도 과거에는 보이스 피싱으로 악명이 높았으나, 정부가 해외 경찰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범죄조직들이 캄보디아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캄보디아 범죄조직 중 일부는 현지 경찰과 유착돼 있으며 그 부패 수준은 신뢰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의 여당 세력은 권력이 매우 강력하다"며 "이들과 연줄이 닿은 주요 범죄조직은 수사기관의 움직임을 미리 알고 도피한다. 이번 단속에서도 여당 라인에 속한 인물들은 대부분 빠져나가고, 연줄이 없는 이들만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이제 캄보디아는 범죄단체 입장에서 더는 '핫한(인기 있는)' 지역이 아니다. 현재는 활동 거점이 라오스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국 경찰의 공조 체계가 느슨하다면 그 틈을 이용해 범죄조직은 동남아 국가들의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에서 수사 중이던 사건이 라오스로 옮겨가면 공조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데, 각국의 부패나 유착 관계 때문에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범죄단체는 이런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뿐 아니라 주변국과의 동시다발 공조 수사가 병행돼야 범죄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과 함께 국제공조 협의체를 구성해 초국경 범죄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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