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 필요해? 필요없어?” 1000명에게 물었더니... 이런 결과, 조사 후 처음
2025-10-2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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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 안 해도 된다”는 국민, 처음으로 50% 넘어
“통일에 대한 인식, 구조적 변화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통일연구원이 2014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통일인식' 조사에서 통일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의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이 필요 없다는 응답률은 MZ세대에서 특히 높았으며, 남북이 현재와 같은 '적대적 공존' 체제를 유지해도 좋다는 응답도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일연구원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INU 통일의식조사 2025'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일연구원 조사는 통일과 북한에 대한 국내 최장기 여론조사다. 올해 조사는 한국리서치를 통해 지난 7월 10일부터 8월 13일까지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사 결과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51.0%로 나타났다. 통일 필요성에 공감한 이들은 49.0%로, 2014년 통일연구원의 통일인식 조사가 시작된 이래 관련 수치가 처음으로 역전됐다. 그동안의 모든 조사에서는 통일 필요성에 공감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2.8%,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47.2%였다.
통일연구원 관계자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의 영향, 남북관계 단절의 지속, 국내 정치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며 "이러한 결과는 통일에 대한 인식이 단기적 변동을 넘어 구조적 변화의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통일 필요성에 공감하는 비율은 모든 세대에서 전년 대비 하락 추세를 보였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전쟁세대(1950년 이전 출생)는 62.1%, 산업화세대(1951~1960년생)는 54.9%, 386세대(1961~1970년생)는 52.4%, X세대(1971~1980년생)는 47.0%, IMF세대(1981~1990년생)는 49.3%가 통일 필요성에 공감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통일 필요성 인식이 낮았다. 밀레니얼 세대(1991~2000년생)는 38.0%, Z세대(2001년 이후 출생)는 46.0%만이 통일 필요성에 공감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2014년 63.1%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25.1%포인트나 급락한 수치다.
반면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은 63.2%로 나타나 2016년 조사 도입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은 17.2%에 불과했다.
평화적 공존에 대한 선호는 모든 코호트에서 강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밀레니얼 세대는 73.7%가 평화적 공존을 선호한다고 답해 전년 대비 12.9%포인트 증가했다.
남북이 현재와 같은 적대적 두 국가를 유지하며 '통일보다 지금처럼 분단 상태로 지내는 것이 낫다'고 응답한 이들도 전체의 47.0%로 나타났다. 적대적 공존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은 25.3%에 불과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이들은 27.7%였다. 2018년 조사에서는 적대적 공존에 동의하는 비율이 27.0%,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46.5%였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적대적 공존에 공감하는 비율은 IMF세대에서 55.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도 54.2%가 적대적 공존에 공감했다. Z세대는 52.0%, X세대는 43.6%, 386세대는 45.1%, 산업화세대는 45.1%, 전쟁세대는 41.4%가 적대적 공존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낮은 세대일수록 적대적 공존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는 세대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통일연구원 관계자는 "적대적 공존 선호 증대는 국민이 갈등을 원해서가 아니라 불확실한 변화보다 현상 유지가 낫다고 느끼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북한의 위협은 일상화됐지만 남북 간 즉각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적대적 두 국가를 유지해도 괜찮겠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치 이념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았다. 평화적 공존을 선호하는 비율은 진보 62.8%, 중도 61.7%, 보수 65.2%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적대적 공존을 선호하는 비율도 진보 43.8%, 중도 48.1%, 보수 49.1%로 큰 차이가 없었다.
북한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북한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68.1%로 나타나, 2015년 50.8%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17.3%포인트 증가했다. 2015년과 2025년 사이 북한에 대한 무관심은 범세대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북한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남북 간 경제 교류·협력에 대해 53.8%가 찬성했고 26.5%가 반대했다. 2017년 3월 조사에서 경제협력 찬성이 46.9%로 가장 낮았던 이후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스포츠나 문화, 인적 교류 확대에 대해서는 67.2%가 찬성해 높은 지지를 보였다. 반대 의견은 13.3%에 그쳤다.
반면 대북 전단 풍선 보내기나 확성기 방송 등에 대해서는 61.0%가 반대 의견을 냈다. 찬성은 20.1%에 불과했다. 2015년 조사에서는 찬성이 61.6%, 반대가 21.8%였던 것과 비교하면 여론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통일연구원은 "2015년 9·19 군사합의 이후 대북 심리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4년 4월 조사에서는 대북 전단 찬성이 27.8%로 소폭 증가했지만, 2025년 다시 20.1%로 하락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찬성하는 이들은 전체의 36.8%로 나타났다. 인도적 지원에 반대하는 이들은 39.5%로 찬성보다 많았다. 2017년 조사에서 인도적 지원 찬성이 32.6%로 가장 낮았던 이후 소폭 회복됐지만, 여전히 부정적 여론이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6월 조사에서는 인도적 지원 찬성이 50.7%였던 것과 비교하면 13.9%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서도 찬성은 36.2%에 불과한 반면 반대는 44.6%를 기록했다. 2019년 4월 조사에서 개성공단 재개 찬성이 58.9%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22.7%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통일연구원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커지고 있다"며 "남북관계의 장기적 단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대별로는 젊은 세대일수록 개성공단 재개에 부정적이었다. 2025년 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26.1%만이 개성공단 재개에 찬성한 반면 57.5%가 반대했다. Z세대는 22.1%가 찬성, 55.4%가 반대했다. 반면 산업화세대는 49.1%가 찬성, 31.9%가 반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다.다만 남북 정상회담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전체의 69.4%가 공감했다. 반대 의견은 30.6%였다. 2021년 10월 조사에서 찬성이 63.8%였던 것과 비교하면 5.6%포인트 증가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높은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는 IMF세대가 78.5%로 가장 높은 찬성률을 보였고, X세대 68.4%, 밀레니얼 세대 67.0%, Z세대 62.0%, 산업화세대 71.9%, 전쟁세대 63.8%가 남북 정상회담에 찬성했다. 386세대는 66.1%로 가장 낮은 찬성률을 보였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81.8%가 남북 정상회담에 찬성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53.4%가 찬성했다. 무당파는 64.3%가 찬성했다.
북미 정상회담 재개 필요성에 대해서는 '비핵화 문제의 실질적 진전 이후' 재개해야 한다는 응답이 53.3%로 가장 높았다. '완전한 비핵화 이후'가 26.7%, '조건 없이 재개'가 18.1%로 나타났다. 어떤 상황에서도 북미 정상회담 재개를 반대한다는 입장은 1.9%에 불과했다. 2021년 10월 조사에서 '비핵화 문제의 실질적 진전 이후'가 55.9%였던 것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 증가하고 통일 필요성 인식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남북 대화와 교류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국민들이 갈등보다는 평화적 관리를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