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친중, 보수는 반중? 실제 여론조사는 달랐다
2025-10-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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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정적 감정은 지지 정당별 큰 차이 없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 외교' 54.5%가 선호

한국 정부의 외교 방향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 외교'를 선호하는 응답이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 선호는 전년 대비 10.8%포인트 증가했지만, 여전히 균형 외교가 과반의 지지를 받았다. 통일연구원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INU 통일의식조사 2025'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향후 한국 외교 방향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 외교'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54.5%로 가장 높았다. '중국보다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32.0%로 지난해(21.2%)보다 10.8%포인트 증가했다. '미국보다는 중국과의 동맹 관계 강화'는 5.1%, '미국과 중국과 관계없이 자주 외교를 해야 한다'는 8.4%였다.
지난해 조사와 비교하면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선호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균형 외교를 선호하는 비율이 과반으로 가장 많았다. 통일연구원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강화됐다"며 "하지만 미국에 대한 불안한 시각이 중국을 중시하는 외교에 대한 선호로 전이되지는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6년 6월 조사에서는 균형 외교가 52.2%, 미국과의 동맹 강화가 13.5%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9년 사이 미국과의 동맹 강화 선호가 18.5%포인트 증가했다. 중국과의 동맹 강화는 2016년 5.8%에서 2025년 5.1%로 큰 변화가 없었다.
세대별로는 산업화세대의 38.6%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선호해 가장 높았고, IMF세대는 32.9%, 밀레니얼 세대는 32.8%가 동맹 강화를 선호했다. 전쟁세대는 36.2%, 386세대는 28.6%, X세대는 27.6%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선호했다.
균형 외교는 386세대에서 60.4%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고, X세대도 60.2%가 균형 외교를 선호했다. 산업화세대는 51.0%, 밀레니얼 세대는 51.5%, IMF세대는 50.7%, 전쟁세대는 44.8%가 균형 외교를 선호했다.
통일연구원은 "386세대와 X세대가 균형 외교를 가장 강하게 선호하는 2대 세대"라며 "이들 세대가 한국 외교 정책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의 동맹 강화는 모든 세대에서 10% 미만의 낮은 지지를 받았다. IMF세대가 7.9%로 가장 높았고, 밀레니얼 세대가 5.7%로 가장 낮았다. 자주 외교는 전쟁세대에서 15.5%로 가장 높았고, 다른 세대에서는 5~10% 수준이었다.
정치 이념별로는 보수의 39.8%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선호한 반면, 진보는 23.3%만이 동맹 강화를 선호했다. 중도는 33.1%가 동맹 강화를 선호했다. 균형 외교는 진보 60.1%, 중도 53.9%, 보수 49.4%가 선호해 모든 이념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통일연구원 관계자는 "미국과의 일방적 동맹 강화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존재한다"며 "진보가 균형 외교를 더 선호하지만, 보수에서도 균형 외교가 미국 동맹 강화보다 9.6%포인트 높아 범이념적으로 균형 외교 선호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지지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층 44.0%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선호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24.3%만이 동맹 강화를 선호했다. 무당파는 36.5%가 동맹 강화를 선호했다. 균형 외교는 민주당 지지층 60.3%, 무당파 53.6%, 국민의힘 지지층 44.4%가 선호했다.
민주당 지지층과 국민의힘 지지층 간 미국 동맹 강화 선호도 차이는 19.7%포인트에 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균형 외교 선호가 44.4%로 미국 동맹 강화 44.0%와 비슷한 수준을 보여, 보수 진영 내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5년 내 한중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을 것'이라는 응답이 60.2%로 가장 높았고, '개선될 것'이 28.5%, '악화될 것'이 11.3%로 나타났다. 한미관계는 '지금과 같을 것'이 57.0%, '나빠질 것'이 20.4%, '좋아질 것'이 22.6%였고, 한일관계는 '지금과 같을 것'이 68.0%, '개선될 것'이 22.0%, '악화될 것'이 10.0%로 나타났다.
통일연구원은 "향후 5년 내 주요 양자관계 전망은 한중관계, 한일관계, 한미관계 순으로 긍정적이었다"며 "한중관계와 한일관계에 대한 복원 기대감이 존재하는 반면, 한미관계의 경우 악화 전망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중국에 대한 감정과 관련해서는 부정적 감정이 심각하지 않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화(anger), 두려움(threat), 역겨움(disgust) 등 부정적 감정을 5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 모두 2점대 초중반 수준을 기록했다.지지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민주당 지지층이나 무당파에 비해 약간 높았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화가 2.49점, 두려움이 2.26점, 역겨움이 2.36점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화가 2.52점, 두려움이 2.29점, 역겨움이 2.47점이었다. 무당파에선 화가 2.46점, 두려움이 2.26점, 역겨움이 2.44점으로 나타났다.
통일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은 지지 정당별로 큰 차이가 없으며, 전반적으로 중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이 한국의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믿는 응답자는 믿지 않는 응답자에 비해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개입설을 믿는 응답자는 17.8%였다.
선거 개입을 믿는 응답자의 화 감정은 2.67점으로, 믿지 않는 응답자의 2.45점보다 0.22점 높았다. 역겨움 감정은 믿는 응답자가 2.71점, 믿지 않는 응답자가 2.33점으로 0.38점 차이를 보였다. 두려움은 믿는 응답자 2.33점, 믿지 않는 응답자 2.26점으로 0.07점 차이에 그쳤다.
통일연구원은 "선거개입설에 대한 신뢰와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며 "특히 역겨움과 화 감정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거 없는 음모론이 특정 국가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의 대만 무력 병합 시도를 막기 위한 노력에 한국이 동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치 성향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5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 진보는 평균 3.04점, 중도는 2.98점, 보수는 3.02점으로 모두 중간 수준의 동의를 보였다.
이는 2021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2021년에는 보수 3.5점, 중도 3.53점, 진보 3.61점으로 오히려 진보가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2022년에는 보수 3.33점, 중도 3.27점, 진보 3.23점, 2023년에는 보수 3.2점, 중도 3.11점, 진보 3.12점으로 나타났다.
통일연구원은 "2021년과 2025년 사이 모든 이념에서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선호가 감소했다"며 "근거 없는 진보=친중, 보수=반중 프레임이 실제 여론과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의 대만 병합 시도에 대한 대응은 이념을 넘어선 현실주의적 판단이 작동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선거개입설을 믿는 응답자는 대만 병합 저지 동참에 3.33점으로 더 긍정적이었고, 믿지 않는 응답자는 3.07점으로 0.26점 낮았다. 지지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층 3.09점, 민주당 지지층 3.02점, 무당파 2.96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주관적 계층 인식에 따라서는 상위층이 3.04점, 중산층이 2.93점, 하위층이 2.95점으로 나타났다.
통일연구원은 "계층에 따른 차이도 크지 않았다"며 "중국의 대만 병합에 대한 태도는 이념, 정당, 계층을 넘어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연구원 관계자는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중국 중심 외교로의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균형 외교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강하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은 예상보다 높지 않았으며, 정치 이념에 따른 차이도 크지 않았다"며 "중국 관련 이슈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실제 국민 여론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리서치를 통해 지난 7월 10일부터 8월 13일까지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