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24만원 '고점' 찍더니 드디어…11개월 만에 가격 하락세 전환된 '국민 식재료'
2025-10-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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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5일(18만2704원) 이후 장기간 상승해 25만 원에 육박했던 상황
장기간 이어지던 쌀값 상승세가 마침내 꺾였다. 1년 가까이 이어진 고공행진이 끝나고, 11개월 만에 하락 전환된 것이다. 주된 원인은 햅쌀 출하가 본격화되며 시장 공급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2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 한 가마당 평균 23만 3032원을 기록했다. 불과 열흘 전인 5일에는 24만 7952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6%나 내려간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셈이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8만 원대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올해 25만 원에 육박했다. 소비자들은 매달 오르는 쌀값을 체감해야 했고, 정부는 ‘시장격리’라는 강수까지 꺼내야 했다. 그러나 최근의 가격 하락은 정부 개입이 아닌 시장 공급 확대로 인한 자연 조정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가격 하락의 핵심은 벼 품종 구조에 있다. 전체 햅쌀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만생종 벼가 최근 본격적으로 수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중만생종은 벼의 출수 후 약 55일이 수확 적기이며, 만생종은 약 60일이 걸린다. 올해는 장마와 태풍으로 강수일이 잦았지만, 벼의 생육 기간 자체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 결과 작황이 예상보다 양호했고, 수확 일정도 예년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올해는 중만생종과 만생종의 수확 시기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전국 단위로 공급이 집중되는 구조가 됐다며 이로 인해 시장 공급 물량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가격이 빠르게 안정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쌀값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최근 정부가 내놓은 쌀 시장격리 조치를 둘러싼 논란도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3일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고 올해 예상되는 초과 생산량의 60%에 해당하는 약 10만 톤을 선제적으로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이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과 농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상황이 달랐다. 장마와 병충해(특히 깨씨무늬병)로 일부 지역의 작황이 악화되면서 생산량이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실제 시장에서는 쌀값이 연일 오르던 시점이었다. 따라서 공급 격리 결정은 물량을 더 줄여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10월 중순 이후 산지 가격이 빠르게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비판은 잦아드는 추세다. 산지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소비자가 느끼는 쌀값 하락은 아직이다. 유통 구조상 산지 가격 변동이 소매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20㎏ 소매 쌀값은 평균 6만 6288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여전히 24.5% 높다. 이달 초(10월 2일) 기준으로는 6만 8435원에 달해, 1주일 새 4.3% 상승하기도 했다. 이를 한 가마(80㎏) 단위로 환산하면 약 27만 3740원 수준이다.

이는 산지 가격보다 여전히 높게 형성된 수치다. 쌀값 하락이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체감 효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연말 또는 내년 초가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한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2024년산 산지 재고 부족이나 조생종 출하 지연 등의 문제가 해소되고, 2025년산 신곡 출하가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쌀값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정부가 올해 초과 생산 물량의 60%를 시장에서 격리한 결정은 '과잉 생산' 문제와 '소비자 물가 안정' 사이에서 벗어나지 않은 정책 방향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10월 말 이후에야 쌀값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의 공급 상황은 예상을 상회하고 있다"며 "공급이 원활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쌀값은 빠른 시일 내에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부연했다.
결국 남은 과제는 유통단계에서의 가격 안정이다. 산지 가격이 23만 원대로 내려왔지만, 도정업체와 대형마트, 소매점 등 유통 단계가 많아 소비자가 실제로 사는 가격에는 여전히 마진이 다층적으로 붙어 있다.
농가 입장에서도 가격 하락은 단기적으로는 부담이지만, 지나친 급등세를 억제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