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전세금’은 없다…역전세에 갇힌 세입자들의 경고
2025-10-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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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떼일 뻔...임차인 불안 커져
경매 낙찰가 기준 선순위 채권 확인 필수
전세금 반환 소송, 이미 늦다…‘계약 전 확인’이 유일한 보호 장치

[서울=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전세 계약 종료일이 다가왔지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역전세’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존 보증금보다 낮은 금액의 신규 임차인만 구해지는 사례가 속출한다. 세입자 보호 제도의 허점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제는 계약 단계부터 경매 배당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어 수단이 됐다.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는 21일 “전세금반환소송은 대체로 임대인의 자금난이나 부채 증가에서 비롯되며, 계약 전 꼼꼼한 확인만으로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역전세 시기엔 임대인이 “새 세입자가 들어와야 전세금을 줄 수 있다”며 버티는 일이 다반사다. 이는 결국 임대인이 보증금을 이미 소비했거나, 반환 능력이 없음을 뜻한다.

더 큰 문제는 계약 이후에 생긴 근저당권이나 가압류다. 계약 당시엔 깨끗했던 등기부가, 나중에 임대인의 대출이나 채무 문제로 인해 엉망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 경우 신규 세입자 유치가 어렵고, 기존 세입자는 보증금도 못 받고 그대로 발이 묶인다.
이처럼 임차인이 위험에 내몰리는 구조는 ‘돌려줄 능력 없는 집주인’과 ‘불완전한 계약 관행’이 맞물려 반복된다. 특히 시세 대비 과도한 보증금도 위험요소다. 엄 변호사는 “시세의 80% 이상 보증금은 위험신호”라며, “특히 집값이 하락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예상 낙찰가 대비 보증금 회수 가능성까지 계산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시세 5억 원인 아파트에 전세 4억 원으로 들어갔는데, 경매 낙찰가가 3억5천만 원에 형성된다면 선순위 채권자에게 밀려 세입자는 보증금을 대부분 잃게 된다. 계약 전에 반드시 등기부등본에서 근저당권·가압류 여부를 확인하고, 보증금과 선순위 채권 합이 시세의 70%를 넘으면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신탁등기가 설정된 물건이라면 반드시 수탁자와 계약해야 하며, 계약 당일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동시에 마쳐야 배당 우선권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세보증보험’ 가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전세는 곧 내 돈’이라는 안일한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임대인의 반환 능력은 그가 소유한 부동산의 실제 담보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결국, 보증금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계약 전부터 경매 상황까지 가정해 치밀하게 대비하는 것이다. 전세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