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을래요?” 명대사의 그곳...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국내 관광지'
2025-10-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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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동해선 개통으로 2시간이면 닿는 감성 해양도시
동해 묵호가 ‘감성 해양관광지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 감성 해양도시로 떠오르는 묵호
동해시는 묵호권역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감성 해양문화 관광지로 도약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분석에 따르면 동해시의 대표 관광지로 묵호항과 해랑전망대가 꼽혔으며 방문객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진 지역은 묵호권역 일대인 부곡·발한·동호로 나타났다.
묵호는 울릉도를 오가는 길목이자 KTX를 이용하면 서울·수도권에서 약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교통 요지다. 최근 부산~부전역을 연결하는 동해선까지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덕분에 예전엔 멀게 느껴졌던 동해 여행이 주말 기차 한 번으로 떠날 수 있는 거리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묵호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주요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주인공 상우(유지태)와 은수(이영애)가 “라면 먹을래요?”라는 대사를 나누던 장면이 묵호에서 촬영됐으며, 그 감성적인 분위기가 지금의 ‘묵호 감성 여행’의 상징이 됐다.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걷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항구의 오래된 골목과 언덕길이 다시 빛을 찾았다.
이달 17일에는 광주 송정역을 출발한 관광객 570명이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고 동해를 방문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묵호항, 천곡황금박쥐동굴, 북평5일장을 둘러보며 1박 2일 체류형 여행을 즐겼고,같은 코스로 오는 31일에도 또 다른 570명이 방문할 예정이다.
◈ ‘라면 묵호 갈래?’ 프로그램과 관광 인프라 확충
동해문화관광재단은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오는 11월까지 ‘뚜벅아, 라면 묵호 갈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 “라면 먹을래요?”에서 착안한 이 프로그램은 묵호역을 출발해 동쪽바다중앙시장, 별빛마을, 논골담길, 문화팩토리 덕장을 잇는 감성 도보 코스로 구성됐다. 낭만적인 항구 풍경과 오래된 골목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여유롭게 걷기 좋은 힐링 여행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동해시는 관광 인프라 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개장 이후 170만 명 이상이 다녀간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미끄럼 방지 경사로를 ‘바다의 윤슬’ 형태로 새롭게 정비했고, 23억 원이 투입된 논골담길 ‘천상의 화원’ 조성사업도 데크 계단과 조형물, 조경 식재를 마치며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내년에는 방문자 안내센터와 엘리베이터 설치로 관광 약자도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 113억 원 규모의 묵호 수변공원 주차빌딩 사업은 연말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305면의 주차공간과 잔디광장, 전망대를 갖춘 이 시설은 묵호권역의 주차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묵호~어달~대진을 잇는 2.2km 해안보도와 해파랑길 편의시설 확충 사업이 내년 완료되면 도보 관광 활성화 효과도 커질 전망이다.
이진화 동해시 관광과장은 “묵호항 수산시장, 해안 카페거리, 서점과 기념품숍, 논골담길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자원이 어우러진 묵호는 클래식한 감성과 트렌디함이 공존하는 도시”라며 “해양 관광벨트 고도화와 역세권 활성화, 해양관광 거점항만 육성 등을 통해 묵호권역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 묵호, 바다와 골목이 이어지는 감성 여행지
묵호권역에서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를 둘러봤다면 그다음엔 항구와 골목의 매력을 직접 느낄 차례다. 낡은 항구의 정취와 새롭게 정비된 거리의 감성이 공존해, 어디를 걸어도 묵호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묵호항 수산시장은 여행의 두 번째 코스로 좋다. 아침 일찍이면 갓 잡은 오징어와 생선들이 진열되고 상인들의 구수한 목소리가 항구의 하루를 깨운다. 시장 안에는 바로 회를 떠서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즐비해 신선한 바다의 맛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늘 북적인다. 묵호 사람들의 일상이 그대로 담긴 이곳은 지역의 활기와 생동감을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시장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논골담길이 이어진다. 오래된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은 골목길 사이로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담장마다 벽화와 조형물이 어우러져 묵호만의 정취를 더한다. 골목 끝 전망대에 서면 탁 트인 동해가 시원하게 펼쳐져, 그 풍경 하나만으로도 걷는 수고가 아깝지 않다.
묵호 해안 카페거리는 감성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바다와 맞닿은 카페들이 줄지어 있고, 통유리창 너머로 파도와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엔 카페 앞 데크에서 여유롭게 앉아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은 바다를 바라보며 머리를 식히기 좋은 공간이자, 사진 한 장만으로도 묵호의 감성을 담을 수 있는 명소다.
조용한 시간을 원한다면 어달해변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묵호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 해변은 다른 관광지보다 한적해 산책이나 피크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촌의 소박한 풍경이 이어지고, 해질녘이면 수평선 위로 붉은 노을이 바다를 물들인다.
마지막으로 문화팩토리 덕장은 묵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오래된 어류 건조장을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책방과 전시관, 카페, 소품샵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바닷바람이 스며든 낡은 벽과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묘하게 어우러져, 묵호가 가진 ‘옛 감성과 새로운 감성’의 경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