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능이버섯 10개 줘도 바꾸지 않는다”는 버섯 중의 버섯

2025-10-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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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레스토랑서도 식재료로 쓰인다는 최고급 버섯의 정체

뿔나팔버섯 / '산가람TV' 유튜브
뿔나팔버섯 / '산가람TV' 유튜브

한국에는 약 2000종의 버섯이 있다. 이 가운데 식용 가능한 버섯은 약 400종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들 버섯 중에는 버섯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처음 본 버섯이 적지 않다. 뿔나팔버섯도 생소한 버섯 중 하나다. 외형은 어둡고 투박하지만 맛과 효능은 능이나 송이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뿔나팔버섯에 대해 알아봤다.

유튜브 채널 ‘산가람TV’가 23일 공개한 영상에서 뿔나팔버섯에 대해 소개했다. 영상에서 유튜버는 산속에서 뿔나팔버섯을 발견하고 “열 개의 능이나 열 개의 송이 안 부럽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뿔나팔버섯은 나팔처럼 안쪽으로 깊게 들어간 형태를 하고 있다. 표면은 회갈색 또는 흑갈색을 띤다. 자실체는 5~10cm, 지름은 1~6cm 정도이며 표면은 미세한 인편으로 덮여 있다. 중앙은 대의 기부까지 뚫려 있고, 말리면 가장자리가 갈라진다. 내부는 비어 있으면서도 조직이 탱탱해 씹을 때 오돌오돌한 식감이 살아난다. 외형만 보면 독버섯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고급 식용버섯이다. 프랑스에서는 ‘죽음의 나팔(trompette de la mort)’로 불린다. 유럽 전역에서 미식 재료로 쓰인다.

뿔나팔버섯 / '산가람TV' 유튜브
뿔나팔버섯 / '산가람TV' 유튜브

뿔나팔버섯은 혼효림에서 군생으로 자라며 주로 8월부터 10월 사이에 능선이나 낙엽이 많은 지역에서 발견된다.

영상에서 유튜버는 “비 온 뒤 능선을 오르면 자잘한 버섯 사이로 뿔나팔버섯이 고개를 내민다”며 “보통은 그 색깔 때문에 지나치지만 알고 보면 귀한 버섯”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사람들이 독버섯으로 착각해 그냥 밟고 지나가지만 알고 보면 건강과 행복을 주는 버섯”이라고 말한다.

뿔나팔버섯은 특정 지역에 충실한 특성이 있어 한 번 발견된 곳에서는 다음 해에도 같은 자리에 다시 자라난다. 핀란드, 유럽 전역, 아시아 일부 지역 등에서도 드물게 채취된다.

뿔나팔버섯의 영양적 가치도 높다. 말린 버섯의 단백질 함량은 50% 이상이고 식이섬유와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연구진은 1973년 뿔나팔버섯의 에탄올 추출물에서 항종양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사르코마 180’이라는 종류의 육종암 세포에 대해서는 성장 억제율이 60%, ‘에를리히 복수암’이라는 복강 내 암세포에 대해서는 70%의 억제 효과를 보였다. 쉽게 말해 뿔나팔버섯 추출물이 암세포의 성장을 절반 이상 막아낸 셈이다. 독일 연구팀도 1990년 뿔나팔버섯의 추출물이 발암성 물질에 대한 돌연변이 유발 방지 작용을 갖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내열성이 높아 조리 시에도 유효 성분이 잘 파괴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뿔나팔버섯의 또 다른 매력은 풍미다. 유튜버는 영상에서 “식감이 석이버섯 못지않고 오돌오돌하면서도 아삭하다”며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감칠맛이 끝내준다”고 말했다. 말린 후 가루로 내면 조미료로도 쓸 수 있으며, 버섯찌개나 전, 탕류 등에도 감칠맛을 더해준다. 실제로 유럽의 미쉐린 레스토랑에서는 말린 뿔나팔버섯을 트러플 대체 향신료로 쓰기도 한다.

효능 면에서도 주목된다. 뿔나팔버섯에는 프로테아제, 아밀라제, 리파제 등 다양한 가수분해 효소가 함유돼 있으며, 이는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해 소화를 돕고 체내 독소 제거에 도움을 준다. 특히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노화 억제와 면역력 강화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 연구진은 1989년 이 버섯에서 식물 호르몬과 관련된 트립토폴 에스테르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음을 밝혀냈다. 이 성분은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 내 에너지 대사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했다

뿔나팔버섯은 지구 환경 복원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2009년 한 연구팀은 뿔나팔버섯이 단백질 분해 효소와 전분 분해 효소 등 다섯 가지 주요 가수분해 효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드문 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효소는 오염된 토양의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유용해 생태 복원에 응용될 수 있다.

채취 후 손질엔 주의가 필요하다. 나팔 구조 안쪽에 먼지나 벌레가 들어 있을 수 있기에 반드시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여러 번 헹궈야 한다. 유튜버는 “버섯 속이 비어 있어 이물질이 쉽게 들어간다”며 “깨끗이 세척해야 향과 식감이 온전히 살아난다”고 조언했다. 보관 시에는 건조 후 밀폐 용기에 담으면 오랫동안 향을 유지할 수 있다.

유튜버는 “뿔나팔버섯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라”며 “이 버섯 하나만 제대로 알아도 버섯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뿔나팔버섯 / '산가람TV'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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